[동네책방 방랑기]'여권없이 여행 떠나볼까' 여행 전문 독립서점 ‘여행마을’
[동네책방 방랑기]'여권없이 여행 떠나볼까' 여행 전문 독립서점 ‘여행마을’
  • 진정은
  • 승인 2018.10.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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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관악구 봉천제일종합시장을 지나 걷다 보면 작은 서점 하나가 눈에 띈다. 통 유리문으로 가지런히 진열된 책들이 훤히 보이는 곳. 여행 독립출판문 전문 책방 ‘여행마을’이다.

 

이곳 대표는 정지혜 씨. 15개국 34개의 도시를 여행한 여행 애호가다. 공공기관에 다녔던 그녀는 '더 늦기 전에 좋아하는 걸 하자’ ‘망하더라도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망하자(?!)’는 생각으로 독립서점을 계획했다. 그동안 쌓아온 여행짬과 발품 그리고 애정을 듬뿍 담아 ‘여행마을’을 설립한 것.

 

지혜 씨는 책방 이름에 ‘지구’나 ‘여행’을 꼭 넣고 싶었단다. ‘여행이 이곳에 다 있다’는 의미에서 ‘여행마을’이라고 정했다. 그렇게 지혜 씨는 여행마을의 이장님이 되었다. (지혜 씨는 대표, 서점지기라는 말보다 이장님으로 불리길 좋아한다. 이하 이장님이라 칭하겠다.)


Hey 인간! 이런 곳은 처음이냥?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양이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와 반겨준다. 첫 방문자라면 다리 사이를 비비고, 그르렁대는 냥이의 친화력에 살짝 놀랄 수도.

 

고양이의 이름은 뚱이다. 이장님과 책방을 지키는 마스코트이자 터줏대감이다. 반듯하게 놓인 책 사이를 총총 걷는 낯가림 없는 스킨십 대장. 이장님의 손등을 깨무는 무자비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행마을에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낯선 여행지의 골목을 걷는 속도로, 천천히 흘러가는 여행마을과 참 어울리는 고양이로소이다.  

 

 


이장님은 여행서적을 대륙 별로 묶었다. 손님들이 “00 나라 책 어디 있나요?”하는 물음에 책을 구경하기 쉽게 진열했다. 국내 여행지를 다룬 책은 국내로, 새로 나온 책은 신간 코너로 몰았다. 여행에 큰 흥미가 없는 손님에게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잡지 코너의 책자를 추천한다고.

 

이곳에서 취급하는 독립 서적은 800종. 권수로 따지면 1,900권 정도다. 책 샘플마다 책 소개가 간단히 되어있어 이해도를 높였다.

 

다양한 책 사이에서 독특한 제목의 서적이 눈에 띈다. 이장님은 책방을 운영하며 느낀 바를 담아 <책방 여행마을, 이제 곧 망할 듯?>을 펴냈다.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다사다난했던 탄생 비화를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일기장을 보는 것만큼이나 대담 솔직하다고. (이 책은 책방 베스트셀러의 장기 집권을 유지하는 중이다.)


폰은 비행기 모드로, 맘은 여행자 모드로

 



실내는 책방 이름에 걸맞게 여행을 떠올리는 요소들이 도처에 잠복해 있다. 여행 사진과 그림, 저자들의 엽서 등이 어우러져 공간에 낭만을 더한다.

 

방문자들이 적은 방문 후기에는 “멕시코도 갔다가, 일본도 갔습니다” “다음에 또 여행 올게요”라는 말이 적혀있다. 아담한 공간에서 잠시 여행의 설렘을 느끼는 이들의 흔적이 또 다른 설렘을 낳는다.

 

여행마을은 책을 사면 쿠폰에 도장 대신 세계 국기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준다. 쿠폰을 받자마자 ‘귀, 귀엽잖아!’하고 감탄하고마는 요 깜찍함. 다음 방문을 예약하게 되는 순간이다.


Bon Voyage! 책방 ‘여행마을’

 

 
책방 ‘여행마을’이 문을 연지 1년 하고 6개월. 그사이 SNS를 보고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 손님도 생겼다. 정기적으로 함께 글 쓰기를 하는 손님과는 함께 치맥에 수다 삼매경에 빠지는 일도 더러 있다.  책을 파는 공간은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인연을 만들어 주어 더욱 소중하다. 

 

이장님은 이 공간에서 꾸준히 여행 강연이나 북토크를 열어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끔 여행영화 상영회를 통해 사람들과 공감을 나눈다. 앞으로도 여행드로잉 수업, 여행일정 스스로 짜기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싶다는 이장님.

 

이장님은 여행마을을 통해 독자, 방문객이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길 바란다. 책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위로와 신선함을 함께 하고 싶다.

 

 
여행마을 이장님의 PICK _ <탐라일기>

 

작가 ‘시와’가 손수 만든 책. 표지는 비단, 내지는 한지로 돼 있다. 전통제본 방식으로 가내수공업을 통해 탄생한 책은 하루에 7개 이상 만들기 어렵다고. 저자가 직접 그린 제주 풍경에 시 같은 에세이, 에세이 같은 시를 더했다. 대량으로 찍어낸 책이 아닌, 소수정예만 볼 수 있다는 특별함이 있다. <탐라일기> 안의 시 한 편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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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가는 길, 둘>

                              

                                             시와


라면만 먹을 것을,
송악산에서 커피까지 마시는 바람에
옥돔 식당 보말 칼국수를 또 먹지 못했다.
벌써 몇 번째 실패인가...
이쯤 되니
보말 칼국수 먹기가
애당초 나에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날이 좋아서인지 오늘은 길이 훨씬 덜 슬펐고,
조금은 짧게 느껴졌다.
처음의 기억을 여기,
이 길 위에 내려놓으며 나는 조금씩 단단해 지고 있다.
원하면 언제고 나는 이 길 위에 서서
아름다웠던 시간을 따듯한 마음으로 마주할 것이다.

 
• 여행마을
서울시 관악구 청룡길 29 1층
월-토/ 15:00 - 21:00 (일요일 휴무)

  

 / 진정은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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