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문학관을 가다]기형도문학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쓸쓸하고 찬란한 청춘의 시인을 만나다
[詩문학관을 가다]기형도문학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쓸쓸하고 찬란한 청춘의 시인을 만나다
  • 진정은
  • 승인 2018.10.0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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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도문학관 전경(사진=기형도문학관 제공)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집> 전문

 


기형도 시인(1960~1989)은 우리에게 ‘영원한 청춘’으로 기억된다.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스물 아홉의 1월, 서울 종로의 한 극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가 세상을 등진 뒤에 출간된 시집 『입속의 검은 잎』(1989),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1990), 『기형도 전집』(1999) 등이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서 시인은 ‘영원한 청춘’의 아이콘이 됐다.

 

첫 시집이 유고시집이 되어버린 그. 주름 한 점 없는 모습으로 청춘을 노래하는 기형도 시인을 만난다.

 


쓸쓸한 찬란함을 감각하다
기형도문학관은 시인이 살았던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들어섰다.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문학관은 지상 3층 건물로 지어졌다. 1층은 기획·상설 전시실, 2층은 북카페·다목적실·도서자료실, 3층은 체험·교육 공간으로 이뤄졌다. 문학관은 유족이 기탁한 유품 100여 점이 전시돼 있어 시인의 생을 심도 있게 관람하는 탐구 공간인 동시에, 연구와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기형도문학관 1층 전시실(사진=기형도문학관 제공)

 

문학관 1층에 들어서면 먼저 전시실이 펼쳐진다. 내부는 흰색과 파란색의 디자인으로 꾸며졌는데, 이는 청춘을 이야기했던 시인을 기억하고자 하는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시인의 흔적이 묻어나면서 세련되고 트렌디한 내부가 인상 깊다. 전시실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나뉜다.

상설전시실은 기형도 시인의 생, 문학적 배경(유년의 윗목, 은백양의 숲, 저녁 정거장), 테마공간(안개의 강, 빈집, 우리 곁의 시) 이렇게 세 개의 주제로 꾸며져 있다.

 

▲ 기형도문학관 전시실 '저녁 정거장'(사진=기형도문학관 제공)

 

특히 시인의 어린 시절이 담긴 ‘유년의 윗목’ 방에서는 체력검사표, 필기노트, 각종 상장 등 유품을 시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은백양의 숲’은 시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기를 기록한 곳으로 치열하고 찬란한 삶을 살았던 시인을 추억하는 공간이다. '저녁 정거장'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패와 그가 입었던 양복, 기자로 활동하며 쓴 글 등이 전시돼 있어 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 기형도문학관 1층 시낭송 청취(사진=기형도문학관 제공)

 

테마공간인 ‘안개의 강’은 시 ‘안개’를 영상으로 표현한 공간이며, ‘빈집’에서는 시인의 연세문학회 후배인 영화감독 이수정 씨가 제작한 ‘빈집’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시각, 청각으로 시를 감상하고 나면 유명 작가들이 낭송한 기형도 시인의 시를 들을 수 있다. 김행숙·오은 ·강성은·최하연 시인의 음성으로 듣는 시는 색다른 전율을 선사한다. 시인의 대표 시를 필사하는 체험코너는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직접 시를 써보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 기형도문학관 외부 시벽(사진=기형도문학관 제공)


시인의 애처로운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체험의 기록이 담긴 기형도문학관. 관람객은 외롭지만 따듯하고,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시 세계를 통해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되돌아 볼 것이다.

 

◆ 기형도문학관
- 위치: 경기도 광명시 오리로 268 (소하동)
- 전화번호: 02-2621-8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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