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방랑기]특별한 날, 블라인드 책을 골라보세요! 광명 '꿈꾸는 별 책방'
[동네책방 방랑기]특별한 날, 블라인드 책을 골라보세요! 광명 '꿈꾸는 별 책방'
  • 윤지원
  • 승인 2019.03.1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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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거리역에서 약 5분 정도 거리에 작은 책방이 있다. 책방의 이름은 '꿈꾸는 별 책방'.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통유리는 책방 내부 풍경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리 높지 않은 책장에는 책들이 꽂혀있고, 파란 벽에는 그림이 걸려 있어 밝은 느낌을 준다.

 

 

꿈꾸는 별 책방 내부(왼쪽), 통유리가 있는 오른쪽 벽의 모습(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입구에서 책방 전체가 한 눈에 보일 만큼 아담하지만 오른쪽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넓게 느껴진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찾은 책방 안에선 이한별 대표가 책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전엔 캘리그라피 수업이 있었다고 한다. 책 진열대로 사용하던 책상에서 책을 치우고 의자를 두면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하얀 책' 파는 꿈꾸는 별 책방 

표지가 하얀 종이로 가려진 '블라인드 데이트 북'

 

꿈꾸는 별 책방은 하얀 책을 판매한다. 바로 블라인드 데이트 북인데, 흰 종이로 표지를 가려 제목과 저자는 알 수 없다. 대신 책등에는 저자의 생일이, 앞면에는 책 속 구절이, 뒷면에는 책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적혀 있다.

 

 

물론 하얀 종이를 입지 않은 책들도 있다. 책꽂이 1층에는 책방지기 이한별 대표가 읽고 싶어서 들여놓은 신간, 2층에는 읽었던 책 중에 추천작, 직거래하는 출판사의 책들을 진열해 뒀다. 모두 이한별 대표가 엄선한 것들이다.

 

카운터 뒤쪽에 있는 공간에 들어가 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꿈꾸는 별 책방의 이한별 대표, 박노해 시인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들고 있다

 

▲'꿈꾸는 별 책방'하면 블라인드 데이트북이 떠올라요. 독특한 발상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블라인드 데이트북은 일본의 한 서점에서 먼저 시작한 것입니다. 이걸 메인으로 책방을 오픈하기로 정했죠.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연희동에 있는 책방에서도 블라인드 책을 판매하더라고요.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 책방은 블라인드 책을 메인 콘셉트로는 하지 않았어요. 꿈꾸는 별 책방은 블라인드 책에 특화된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등에 저자의 생일이 적혀 있어요. 정보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겠어요.

200일 정도는 인터넷 검색으로 작가의 생일을 찾을 수 있었어요. 250일까진 찾기 쉬웠는데 그 후로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작가님에게 전화하기도 하고 발품을 팔아 작가님을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350일까지는 정보를 확보하고 책방을 오픈했습니다.

 

책을 설명하는 키워드, 책 속 문장을 정해야 하잖아요.

10월부터 12월까지는 책들을 조금씩이라도 읽고 키워드와 문장을 정했어요. 저는 책을 일일이 읽으면서 키워드와 문장을 뽑는 과정 자체가 책방이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책들을 선별하고, 북큐레이션을 하다 보면 최종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죠.

 

블라인드 데이트북에 대해 더 설명해주세요.

최대한 장르는 다양하게 준비했어요. 저도 그렇지만 다들 선호하는 장르의 책들만 읽으니까요. 다만, 너무 흔한 자기계발서나 너무 취향이 타는 무협이나 라이트노벨 등의 장르문학은 일단 배제했어요. 아직 날짜가 빈 날이 있는데, 그 날에 태어난 작가님을 찾아서 책을 진열해 두면 기분이 좋아지죠.

 

어떤 책을 집어도 믿을 수 있는 그런 책방이 됐으면

책방을 열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요.

처음에는 문래동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어요. 문래동에 있는 창작촌은 아직 규모가 커지지 않았는데도 세는 오를 만큼 올랐더라고요. 몇 번 실패한 끝에 지금의 자리로 정하게 됐어요. 어차피 손님이 찾아와야 하는 거라면 지하철역과 가까우면서도 제가 사는 곳 인근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에 광명 일대를 돌아다녔죠. 이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서 동네 친구들이 문을 닫을 때쯤 찾아와 재촉하기도 해요.

 

작년 10월에 책방을 시작하셨죠. 곧 운영 5개월짼데 어떠세요?

책방을 열기 전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직영서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요. 서점을 운영하는 건 생각보다 바빠요. 매출이 안 나오다 보니까 일을 벌이는데 그러다 보면 빨리 지치게 되거든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제 책방을 운영할 때에는 한 가지 콘셉트를 정하고, 다른 불필요한 일들을 미뤘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재밌게 하고 있어요. 책방을 운영할 때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방이 있는 곳은 현재 재개발을 하는 곳이다. 동네에서 오래 살던 사람들이 떠났고 새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1년 정도는 적자를 볼 것을 예상하고 책방을 열었다고 한다. 길게 보고 3년 정도 있어야 운영이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동네 고객들의 도움으로 예상보다는 빠르게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한다.

 

책방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뽑자면요?

하루에 신간은 200·300권씩 출간되지만 대형서점에서 관심을 받는 책은 그 중에서 1권 정도죠. 책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 고르는 게 피곤해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광고해주는 책이 우선으로 보죠.

저는 동네 서점이 북큐레이션을 통해 그런 피곤함을 줄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주위에 작은 서점이 많이 생겼으면 해요. 책을 읽는 사람은 줄었지만, 책을 쓰고 싶거나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경우는 많아졌어요. 각자의 콘셉트대로 책을 엄선한다면 다양한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거고, 그럼 책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꿈꾸는 별책방이 어떤 책방이 됐으면 좋겠나요?

생일에 맞춰서 사기보다는 언제든지 와서 그 날짜의 책을 뽑아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책방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블라인드 데이트북을 신뢰할 수 있겠죠. 요즘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요.

 

시에 대한 생각

시집을 찾는 손님도 종종 있나요?

요즘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시집도 꽤 인기가 있어요. 저도 나태주 시인의 책을 다시 읽어봤는데 시에서 간절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30주기를 맞이한 지역 시인 기형도를 기억하러 오는 분들도 계시고요. 23일엔 기형도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하는 기형도 시 낭독회 '어느 푸른 저녁'이 저희 책방에서 진행돼요. 

 

시 한편을 추천해준다면?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저는 소설이나 시를 많이 읽지는 않았는데, 이 시를 읽고 다시 시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는 휘리릭하고 빠르게 읽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거잖아요. 시가 주는 강렬함에 포장을 잠시 멈추기도 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정성이 담겨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않는 문장, 곱씹어야 하는 글을 읽는 시간을 따로 확보해 놨어요. 다른 책방지기에게도 자신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책방지기가 먼저 지치거든요.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꿈꾸는 별 책방

영업시간 월,화,수 13:00 ~ 22:00

            금 13:00 ~ 24:00

            토 14:00 ~ 19:00

            목, 일 휴뮤

주소 경기도 광명시 광명로 885-1 1층 101호

전화번호 02-2612-9188

 

 

/윤지원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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