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방랑기]'이웃 코디네이터'를 꿈꾸는 과천 타샤의책방
[동네책방 방랑기]'이웃 코디네이터'를 꿈꾸는 과천 타샤의책방
  • 윤지원
  • 승인 2019.02.2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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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역에서 가까운 상가 밀집 지역에 동네 책방이 숨어 있다. 3층에 있는 책방을 찾으려면 잠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보자. 파란색 글씨가 보인다. ‘타샤의책방’. 짙은 파란색 글씨 옆에는 어린이가 책을 들고 있고 책 위에는 새가 앉아있는 로고가 보인다. 상가에 들어가 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하면 파스텔톤의 파란색 문이 나타난다.

 

 

 

타샤의책방과 타샤 튜더 

직접 일본에서 구해온 타샤 튜더 관련 책

 

문을 열고 들어가면 회색 상가와는 느낌이 영 다르다. 문에 칠해진 것과 같은 색으로 물든 책장과 흰색 벽은 깔끔하고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돋보이는 타샤의책방은 어린이 그림책을 주로 다루고 있다. 크고 작은 책장에는 어른이 봐도 예쁜 그림책들이 꽂혀 있다.

 

바로 앞으로 보이는 카운터 안쪽으로는 음료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아담한 주방이 있다. 그리고 그 왼쪽으로는 문으로 분리된 작은 공간이 있다. 5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긴 책상이 있어 여러 명이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갤러리,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명수정, 글로연)가 책방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갤러리에선 원화를 전시한다. 2-3개월 주기로 새로운 원화를 전시한다고 한다. 초창기와 비교해 최근에는 작가나 출판사와 컨텍하기 수월해졌다고 한다. 

 


밖에서는 작게만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꽤 넓다. 책방은 큰 책장을 기준으로 2군데로 나눠져 있었다. 큰 책장으로 끼고 돌자 책을 보고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책상들이 보인다. 처음 본 공간엔 그림책이 많았다면, 책상이 있는 왼쪽 공간에는 어른을 위한 인문학, 철학 등의 책들이 즐비했다.

 

손님들이 주문한 책을 가져다놓는 공간. 다른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나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책방은 김현정 대표, 허선영 기획이사, 이연주 셰프와 김연숙 플로리스트가 교대로 근무하며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연숙 플로리스트가 내어준 유자차 향을 맡으며 책방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책임지고 있는 허선영 기획이사에게 타샤의 책방에 대해 들어봤다.

 


타샤의 책방이라는 이름이 이국적이면서도 가게의 이미지와 잘 맞아요. 타샤 튜더는 동화작가이자 삽화가로 알고 있는데 그녀의 어떤 점에 이끌려 책방 이름을 정하게 됐나요?

"책방을 하기 전 저와 김현정 대표는 같은 어린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그림책을 많이 접하게 됐죠. 타샤의 삶 자체가 아름답게 와 닿았어요. 그녀는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았거든요. 18세기 풍의 옷을 직접 해 입고, 정원을 가꾸고, 자급자족하며 살았대요. 그래서 책방 이름을 고민할 때도 모던한 이름보다는 타샤 튜더의 삶과 연관성에서 찾았어요.

사실 이 점은 우리 책방이 과천에 자리 잡은 이유와도 통해요. 우리 네 명 모두 과천에 살아 이곳에서 책방을 하고 있지만, 과천은 타샤의 공간과도 비슷한 점이 있거든요. 번잡한 서울과는 다르게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듯하고, 산과 같은 자연도 접할 수 있잖아요."

 

허선영 이사는 책방의 주고객들이 이웃이라 밀착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고객들은 책방이 고칠 점도 가감없이 말해준다고 한다.

 

▲그림책이 많던데, 책방의 주 고객은 어린이인가요?

"어린이와 보호자인 어머니들이 많이 오세요. 어린이 출판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책방에 그림책과 어린이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많죠. 어린이의 보호자인 부모님, 특히 어머니들은 양육과 교육에 관심이 많죠. 최근 들어서는 주로 철학, 인문학 책과 강의를 찾아오신 40-50대 중년들로 확대되고 있어요. 중년 고객들은 나를 돌보는 것에 집중해요."

    

 

이웃 코디네이터를 꿈꾸는 동네책방

 

추리 탐정클럽’, ‘철학 수다’, ‘발도르프학교의 수학, 과학 교육법 특강’. 타샤의 책방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지원 사업으로 열리는 강좌도 있지만, 책방에서 자체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강좌도 많다. 책방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특징은 오밀조밀한, 작은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직접 출판사에 문의하거나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3년 넘게 책방을 운영하다보니 이젠 이름이 알려졌다. 그리고 요즘에는 작가들 스스로도 동네책방에서 홍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프로그램은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생겼다고 한다.

 

독특한 강좌가 많아요. 기획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출판 편집자로 일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일단 노트에 메모하죠. 그리고 중요한 건 다른 책방의 SNS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조급함이 느끼지 않으려고요. 키워드를 생각해내고 바디문장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해보고 싶은 강좌가 있다면?

"이웃들이 강사가 되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주문한 책을 보다보면 고객들 중 깊이 있는애서가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요. 또 새로운 경험을 한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들의 개성을 담는 프로그램을 짜보고 싶어요. 이름은 이웃들의 수다살롱으로 하면 좋겠네요. 편하게 수다를 떨면서 서로를 재발견하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프로그램은 아닌데, 기회가 된다면 타샤의 책방 굿즈도 만들고 싶어요. 다이어리를 만들고 내지에는 고객이 닉네임으로 자신만의 명언을 담는거죠. 아직까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책방에선 지금 총 2개의 독서모임(심리학, 이슈북 관련)이 운영되고 있다. 허선영 이사는 독서모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방으로서의 존립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중고생, 20, 직장인 독서모임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한다. 예전에 6학년 여자아이들이 책을 읽고 대화하는 독서모임이 있었다. 책을 읽고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특하고 예뻐서 소녀들의 북클럽이라는 명패를 만들어서 책상에 올려주기도 했다고. 고민을 나누거나 책에 대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블로그와 밴드, 페이스북을 활용하더라고요.

"SNS로 고객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한 때니까요. 회원제로 운영되는 밴드는 자주 오는 고객들이 활동해요. 블로그는 기존 고객과 새로운 고객들 모두 접하기 좋고, 페이스북은 전국구의 사람들에게 책방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죠블로그에서 타샤의 웹매거진을 새로 기획해 운영하고 있어요. 작가에서부터 책을 유통해주는 사람까지, 책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여러 콘텐츠를 벽돌처럼 쌓아올리다 보면 타샤의 책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고 저희들의 지향점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타샤의 책방에는 외상장부가 있다. 책을 읽고 싶거나 출출한 어린이가 와서 엄마에게 전화한다. 그럼 외상장부에 이를 적고 나중에 엄마들이 방문해 돈을 낸다. , 지갑을 가져오지 않은 손님들도 외상장부를 사용한다. 아직까지 돈을 내지 않은 손님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고객과 책방 사이에 신뢰가 있다.

 

앞으로 어떤 책방이 되었으면 하나요?

"‘이웃 코디네이터’. 나의 요구를 들어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고 흩어지고 다시 만나는 곳, 거기에 온기까지 더해졌으면 해요."

 

에 대한 생각

 

허선영 이사는 사실 타샤의 책방에도 시 모임이 있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동시 강좌에는 모객이 꽤 수월했지만,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 관련 강좌에는 유독 사람 모으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시는 어렵다는 생각 때문일 테다. 그녀의 말을 듣고 시 대중화를 바라는 데일리포엠의 기자로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애정하는 시는 무엇인가요?

"제가 20대일 땐 기형도, 허수경, 황지우 시인을 좋아했어요. 특히 기형도는 아웃사이더같으면서도 시대에 아파하는 청년의 모습에 이끌렸죠. 자책하면서도 솔직한 그의 시가 참 좋아요."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기형도, ‘바람의 집 -겨울 畵 1-

 

"최근에 읽은 시집 중에선 권혁웅의 마징가 계보학을 추천해요. 예리한 시선으로 조롱해서 통쾌거든요."   

 

1. 마징가 z

기운 센 천하장사가 우리 옆집에 살았다

밤만 되면 갈지자로 걸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고철을 수집하는 사람이었지만 고철보다는 진로를 더 많이 모았다

아내가 밤마다 우리 집에 도망을 왔는데, 새벽이 되면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돌아가곤 했다

그는 무쇠로 만든 사람,

지칠 줄 모르고 그릇과 프라이팬과 화장품을 창문으로 던졌다

계란 한 판이 금세 없어졌다

-권혁웅, ‘마징가 계보학-

 

 

★타샤의책방

영업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9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6시

주소 경기도 과천시 별양상가1로 37 신라상가 3층

문의 02-502-5343

/윤지원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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