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겨울: 나의 비밀 – 크리스티나 로제티
[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겨울: 나의 비밀 – 크리스티나 로제티
  • 김천봉
  • 승인 2019.12.01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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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lle Pissarro, Winter at Montfoucault, 1875.
Camille Pissarro, Winter at Montfoucault, 1875.

Winter: My Secret - Christina Rossetti

  I tell my secret? No indeed, not I:
Perhaps some day, who knows?
But not today; it froze, and blows, and snows,
And you're too curious: fie!
You want to hear it? well:
Only, my secret's mine, and I won't tell.

  Or, after all, perhaps there's none:
Suppose there is no secret after all,
But only just my fun.
Today's a nipping day, a biting day;
In which one wants a shawl,
A veil, a cloak, and other wraps:
I cannot ope to every one who taps,
And let the draughts come whistling thro' my hall;
Come bounding and surrounding me,
Come buffeting, astounding me,
Nipping and clipping thro' my wraps and all.
I wear my mask for warmth: who ever shows
His nose to Russian snows
To be pecked at by every wind that blows?
You would not peck? I thank you for good will,
Believe, but leave that truth untested still.

  Spring's an expansive time: yet I don't trust
March with its peck of dust,
Nor April with its rainbow-crowned brief showers,
Nor even May, whose flowers
One frost may wither thro' the sunless hours.

  Perhaps some languid summer day,
When drowsy birds sing less and less,
And golden fruit is ripening to excess,
If there's not too much sun nor too much cloud,
And the warm wind is neither still nor loud,
Perhaps my secret I may say,
Or you may guess.             


겨울: 나의 비밀 - 크리스티나 로제티

  나의 비밀을 말해 줄까요? 설마요, 난 아니에요.
혹시 언젠가는, 누가 알겠어요?
하지만 오늘은 아니에요. 꽁꽁 얼었는데, 바람에, 눈까지 오네요.
호기심이 너무 많군요. 쳇!
듣고 싶다고요? 나 참.
그래도, 나의 비밀은 내 것, 말하지 않을래요.

  아니, 결국은, 없을지도 모르죠.
어쨌거나 비밀은 없다고 쳐요,
그냥 나의 장난일 뿐이라고.
오늘은 살을 에는 듯, 뼈에 스미는 듯이 추운 날.
이런 날씨에는 숄이 필요하죠,
덮개, 외투나 다른 가리개도 좋고요.
똑똑 두드린다고 다 열어줄 순 없어요,
그러면 외풍이 집안으로 쌩쌩 들어올 테니까요,
들어와서 나를 감고 휘감을 테니까요,
들어와서 내 몸을 치고, 농락하며,
내 가리개들을 모조리 물어뜯어 찢어놓을 테니까요.
나는 보온용 마스크를 써요. 대체 누가 러시아의 눈발에
코를 드러내 놓고 다니겠어요,
부는 바람에 콕콕 쪼이기밖에 더하겠어요?
당신은 쪼지 않겠다고요? 호의에 감사합니다,
진심이에요, 그 진심만은 검증 말고 그냥 넘어가 주세요.

  봄은 팽창의 시간이죠. 하지만 난 믿지 않아요
먼지투성이인 삼월도,
무지개 관을 쓰고 짧은 소나기를 내리는 사월도,
오월조차도요, 햇살 없는 시간에
서리 한 번이면 꽃들이 시들어버리니까요.

  혹시 어느 께느른한 여름날,
졸린 새들의 노랫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금색 과일이 무르익어 갈 때면,
햇볕도 너무 많지 않고 구름도 너무 많지 않고,
따듯한 바람이 조용하지도 시끄럽지도 않으면,
혹시 나의 비밀을 말해 줄 지 모르죠,
아니면 당신이 추측해 보세요.


크리스티나 로제티
(Christina Rossetti, 1830.12.5.-1894.12.29.)

 

화가시인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막내 여동생 크리스티나는 일곱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열여덟 살에 『아테나이움』에 첫 시를 발표했으며 라파엘전파의 단명한 문예잡지 『싹』에 여러 편을 기고하였다. 그녀의 대표작 『도깨비시장』은 과일장수 도깨비들의 유혹, 그 유혹에 넘어가서 타락하는 한 소녀와 그녀를 구원의 길로 이끄는 담대한 다른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우화형식의 장편으로, 기독교의 성서, 밀턴의 『실낙원』, 콜리지의 『노수부의 노래』등에 담긴 내용들을 여성작가의 관점에서 다시 쓴 걸작으로 평가된다.

도깨비로 둔갑한 남성중심주의사회와 그 사회에서 타자로서 고통 받고 억압받는 여성의 성대결구도, 남성들의 형제애에 맞선 여주인공들의 끈끈한 자매애, 그 자매애에서 엿보이는 이상적 여성공동체의 전망같이, 특히 여성주의적인 시각과 관점에서 논의의 여지가 많은 이 작품으로, 크리스티나는 비평가들과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밖에, 여러 시에서 전쟁, 노예제도, 동물학대, 미성년자 매춘 등을 극구 반대한 크리스티나 로제티―그녀는 20세기 초에 득세한 모더니즘의 그늘에 가려져 한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70년대 페미니즘학자들에 의해 재평가되면서부터 두루 읽히고 사랑받는 여성시인이 되었다.

*출처 1. 김천봉 옮김·엮음, 《이브의 딸: 크리스티나 로제티 시선》, 글과글사이, 2017(전자책).
      2. 김천봉 옮김· 엮음, 《여성을 위한 시: 영미 여성 시인선》, 글과글사이, 2019(전자책).

/김천봉 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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