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미술관 – W. H. 오든
[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미술관 – W. H. 오든
  • 김천봉
  • 승인 2019.11.26 0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피터 브뢰겔의 1558년 작품(유실)을 작자미상의 화가가 1560년경에 모방한 작품으로 추정됨.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피터 브뢰겔의 1558년 작품(유실)을 작자미상의 화가가 1560년경에 모방한 작품으로 추정됨.

 

Musée des Beaux Arts – W. H. Auden

  About suffering they were never wrong,
  The old Masters: how well they understood
  Its human position: how it takes place
  While someone else is eating or opening a window or just walking dully along;
  How, when the aged are reverently, passionately waiting
  For the miraculous birth, there always must be
  Children who did not specially want it to happen, skating
  On a pond at the edge of the wood:
  They never forgot
  That even the dreadful martyrdom must run its course
  Anyhow in a corner, some untidy spot
  Where the dogs go on with their doggy life and the torturer's horse
  Scratches its innocent behind on a tree.

  In Breughel's Icarus, for instance: how everything turns away
  Quite leisurely from the disaster; the ploughman may
  Have heard the splash, the forsaken cry,
  But for him it was not an important failure; the sun shone
  As it had to on the white legs disappearing into the green
  Water, and the expensive delicate ship that must have seen
  Something amazing, a boy falling out of the sky,
  Had somewhere to get to and sailed calmly on.


미술관 – W. H. 오든

  고통에 관한 한 옛날의 대가들은 절대
  틀린 적이 없다. 그들은 고통의 인간적 양상을
  정말 잘도 이해하였다. 다른 누군가가 음식을 먹거나
  창문을 열거나 그냥 느릿느릿 걸어가는 와중에 어찌하여 고통이 생겨나는지,
  늙은이들이 경건하게, 열렬히 기적 같은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에, 어찌하여, 숲가의 한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특히 그런 일만은 안 일어나기를
  바라는 아이들이 늘 있는 것인지.
  대가들은 잊지 않았다
  개들이 개 같은 삶을 살아가고 고문하는 자의 말이
  죄 없는 제 궁둥이를 나무에 비벼대며 할퀴는
  어느 구석지고, 너저분한 곳에서도 여하튼
  아주 무서운 순교가 일어난다는 것을.

  가령, 브뢰겔의 <이카로스>에서도, 세상 만물이
  아주 한가로이 그 참사를 외면하지만, 쟁기질하는 사람은 아마
  그 철퍼덕하는 소리, 그 고독한 비명을 들었으리라,
  그렇지만 그에게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실수 정도였을 테고, 태양도
  의당 그래왔듯 푸른 물속으로 사라져가는 하얀 다리를
  비췄을 뿐이며, 호화롭고 우아한 배도 그 기막힌 장면, 하늘에서 추락하는 한 소년을 틀림없이 보았을 텐데도,
  어디론가 가야만 해서 태연하게 계속 항해했을 따름이리라.

[*역주: 브뤼셀의 벨기에 왕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은 오랫동안 16세기의 위대한 플랑드르 화가 피터 브뢰겔(1525~1569)이 1558년에 그린 작품으로 간주되었으나 1996년에 실시된 기법 감정 결과(가령, 브뢰겔의 그림들은 템페라화인데 반해서 이 그림은 유화라는 점)를 비롯한 여러 정황 증거들을 토대로, 브뢰겔이 1558년에 그린 원작을 작자미상의 화가가 1560년 무렵에 비교적 충실하게 모방한 한 작품으로 추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지었다는 W. H. 오든의 시 「미술관」은 1996년의 기법 감정과 최종 결과(추정) 이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오든은 1973년에 사망했기에, 죽을 때까지 이 그림을 ‘브뢰겔의 작품’으로 알고 있었다고 하겠다.]


W. H. 오든
(Wystan Hugh Auden, 1907.2.21.-1973.9.29.)

위스턴 휴 오든은 영국의 요크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하였다. 오든은 옥스퍼드에서 만난 세실 데이 루이스, 스티븐 스펜더와 루이스 맥니스로 대변되는 소위 ‘오든그룹’의 지도자로서, 마르크시즘과 정신분석의 방법론을 시에 도입하여 병든 사회를 분석하고 파헤치는 시풍으로 1930년대의 영국 시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젊은’ 오든은 행동하는 시인으로서 전운에 휩싸인 독일, 스페인, 중국을 여행하며 세계정세를 몸으로 체험하였다. 1935년에 토마스 만의 딸 에리카와 결혼한 것은 나치 독일의 위협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위장결혼이었으며, 1937년에는 스페인 내전에 비전투요원으로 참전하여 공화정부를 옹호하는 방송을 하였다. 그러다가 1939년 1월에 오든은 돌연 미국으로 이주한다.

그리고 1946년에 정식으로 미국 시민이 되었다. 영국 사회의 문제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진단한 지성인으로 추앙받던 오든은 그렇게 변절자로 낙인이 찍혀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오든은 1948년에 퓰리처상 수상작 『불안의 시대』를 비롯하여 많은 시집과 시극, 여행기, 평론 등을 남긴 다작의 작가였다. 주로 불안한 시대정신과 사회의식을 다룬 시들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오든은 순수 서정시, 풍자시와 종교시에도 빼어난 작품들을 남긴 위대한 시인이었다. 오든은 1953년에 볼링엔 상을 받았고, 1956년에 시집 『아킬레스의 방패』(1955)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으며, 1956년부터 1961년까지 옥스퍼드대학교의 영시 교수를 지냈다.

*출처 1. 김천봉 옮김·엮음,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20세기 영국 시인선》, 글과글사이, 2019(전자책).
  2. 김천봉 옮김·엮음, 《60시인 60시: 블레이크부터 스나이더까지》, 글과글사이, 2018(전자책).

/김천봉 영문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