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혜진의 옅음캘리]십일월은 무표정이다
[설혜진의 옅음캘리]십일월은 무표정이다
  • 옅음캘리
  • 승인 2019.11.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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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말하기 난감한 듯,
무어라 규정하기 애매한 듯,

십일월은
아주 어릴 적 부터 잿빛이었다.

내 나이 다섯살 무렵,
홀로 어스름이 몰려오는
하늘을 등에 지고
달려본 적이 있다.

파란색 우리집 대문 안에
나의 작은 두발을 들여놓고서야
겨우 가뿐 숨을 몰아 쉬었던 기억

그날 밤,
난 거대한 괴물에게
쫒기는 악몽을 꾸었다.

그때가 딱 지금과 같은
십일월이었다.

그러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해의 첫눈이 내린다.

잿빛과 같은 두려움도
하얗고 따뜻할 것만 같은
그 첫눈에 모두 가리워진다.


그러나,

이렇게,

금세 집요하게 달라붙는
십일월의 잿빛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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