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 편지]오! 블루베리-조현정
[소통의 시 편지]오! 블루베리-조현정
  • 박제영
  • 승인 2019.11.18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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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눈이 좋아져
검법남녀를 김밥남녀로 읽지 않아도 되고
소홀했던 애인들도 애정애정 바라볼 수 있을 터

기다려

나는 이제 곧 살집이 오르고 아름다워질 거니
낭창낭창, 낭창 걸음으로 산도 잘 오를 거니
여태 손 잡아준 나무들과
힘내라고 노래해준 새들과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좋았던 풀꽃들에게
동네서 제일 착한 바보처럼 웃어줄 테니

다시 살아난 세포들로 마음 주름도 펴질 테니

어쩌면
열렬히 미워했던, 보랏빛 당신을 불러내
명랑하게 "오! 베리 블루" 할 수 있을지도

-『별다방 미쓰리』(북인, 2019)-

*오랫동안 기다렸던, 후배의 첫 시집이 나왔습니다. 시집을 읽는 내내, 아픈 시절을 잘 견뎌냈구나 싶어 고마웠고, 기대 이상으로 잘 여문 시집이어서 참 다행이다 싶어 또 고마웠습니다. 조현정 시인의 첫 시집 『별다방 미쓰리』에서 한 편 띄웁니다.

"오! 블루베리"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채플린의 말에 동의합니다. 동의하면서 저는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생은 대부분 비극이지만 '어쩌다 희극의 위로'가 있어서 버티는 거라고.

매주 월요일 띄우는 한 편의 시가 여러분에게 '어쩌다 희극의 위로'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 띄우는 조현정의 시 "오! 블루베리"가 당신에게 어쩌다 희극의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내내 "오! 베리 블루" 하며 당신들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다시 살아난 세포들로 마음 주름이 펴질지 말입니다.

/박제영 시인(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시인. 강원도 춘천 출생.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1990년 고대문화상 시부문 수상. 1992년 『시문학』으로 등단. 주요 저서로 시집 『그런 저녁』, 『식구』, 『뜻밖에』, 『푸르른 소멸』, 『소통을 위한 나와 당신의』, 산문집 『대화』, 『소통의 월요시편지』, 번역서 『기업과 개인의 혁명적 생존전략 23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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