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의식에 비롯된 나약하고 비참한 무수한 '나'의 발견
원죄의식에 비롯된 나약하고 비참한 무수한 '나'의 발견
  • 이윤도
  • 승인 2019.10.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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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석 시인 세번째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펴내

다시, 그리운 그대 


그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드리아해海의 바다 오르간을
함께 연주해도 좋겠네
그러면 코발트색 물결이
어깨를 출렁이리
이 가을, 빛나는 돌길
좁은 골목을 함께 걷다가
호박빛 가로등이 하나둘 켜질 즈음
천천히 항구로 내려가도 좋겠네
거기 선창의 푸른 갈매기들과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호텔 두브로브니크로 돌아와
지난 세월의 아픔을 이야기해도 좋겠네
다시 그대를 만날 수만 있다면
카페 마담 마리로 가서
붉은 맥주를 기다리겠네
거기 19세기의 등대 아래 다시 서겠네
밤이 이슥해지면
세상의 등을 다 끄고
폭설처럼 그대 품 안으로 자꾸 쓰러지리
새벽 동틀 무렵
새로워진 바다를 바라보며
푸른 시가 연기를 내뿜어도 좋으리
우리 아픈 추억들 다 사라진다면
아픔도 추억이 된다면
아드리아 해안海岸에 가서
그대 가슴의 고요한 풍금 소리
다시 듣겠네

오민석 시인의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이 천년의 시작 시작시인선 0306번으로 출간됐다. 시인은 충남 공주 출생으로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해으며 시집으로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가 있다. 현재 단국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굿모닝, 에브리원'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서 인간의 ‘원죄 의식’에서 비롯된 ‘비극적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존재의 기원을 탐색하는 시적 여정이다. 오민석 시에는 자신의 욕망에 굴복하는 화자의 처절한 고백이 있으며, 욕망의 한계에 직면하여 불완전한 존재의 나약함과 비참함을 자각하는 무수한 ‘나’가 있다.

시인은 불온한 세상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늘 무릎을 꿇지만 시인으로서, 이 세계의 존재자로서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를 곡진한 언어와 웅숭깊은 사유로 승화시킨다.

해설을 쓴 박완호 시인의 말처럼 “‘바깥’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직면하는 순간 ‘안’에서 선명하게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원죄 의식은 오민석 시의 기저가 되며, 이는 “나의 바깥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잃어버린 에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여 “지금 ‘나’가 서있는 자리가 어디인가를 깨닫”게 한다. 이는 곧 ‘나’의 외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나’의 내부를 비추는 거울로 기능함을 말하며, 궁극적으로 ‘나’는 외부와 내부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불완전한 존재의 목소리를 낸다.

이번 시집은 표4의 말처럼 “규범과 공리를 의심하고 그것에 도전하며 ‘자유’를 꿈꾸는” 언어를 통해 시의 정신에 가닿고자 한 치열한 자기고백이자, “세계의 복잡성을 인내하며 그것과 고통스레 분투한 존재”의 빛나는 흔적이다.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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