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 편지]당신의 신발은-서동인
[소통의 시 편지]당신의 신발은-서동인
  • 박제영
  • 승인 2019.08.19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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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는 발목을 늘려본다
병명은 만성 골막염
혼자 사느냐고 묻는다

제대로 먹지 못해 생긴
결핵성 골막염일 수도 있어요!

침대에 누워 침을 맞는다

신발을 바꾸세요
당신의 신발이 아닙니다
신발 때문이 아닌데!

살아온 길들이 따끔거린다

이번 생에 맞는 신발이 있기는 할까?

-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달아실, 2019)

*서동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에서 한 편 띄웁니다. 첫 번째 시집 『가방을 찾습니다』(2009)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 것이니, 강산도 훌쩍 변했을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시인은 어떤 길을 어떻게 걸었고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저간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발이 발목이 아프고, 아파서 한의원을 찾았고, 침을 맞으며 "살아온 길들이 따끔거린다"고 합니다. 이력(履歷)이라는 말, 글자 그대로 풀자면, 신발(履)이 밟아온 자취(歷)인데요,

시인은 또 묻습니다.

"이번 생에 맞는 신발이 있기는 할까?"

시간 강사로 살아온 그의 이력. 시인으로 버텨낸 그의 이력. 그 끝에 그가 얻은 거라고는 병과 가난과 후회뿐일까요? 물론, 아닐 겁니다. 아니어야 합니다. 그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았으니 말입니다.

"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걸으면 길이 된다"는 말이 과연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그만의 길을 내면서 쭈욱 걸어가기를 응원하는 아침입니다.

/박제영 시인(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시인. 강원도 춘천 출생.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1990년 고대문화상 시부문 수상. 1992년 『시문학』으로 등단. 주요 저서로 시집 『그런 저녁』, 『식구』, 『뜻밖에』, 『푸르른 소멸』, 『소통을 위한 나와 당신의』, 산문집 『대화』, 『소통의 월요시편지』, 번역서 『기업과 개인의 혁명적 생존전략 23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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