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생명의서_유치환
[책갈피] 생명의서_유치환
  • 김정한
  • 승인 2019.08.15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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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책을 접하는 시간_책갈피
오늘 소개할 시는 유치환 시인의 생명의 서 입니다.

유치환 시인 / 한국대표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 민음사

생명의 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유치환 시인_생명의 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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