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더위 – 힐다 둘리틀
[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더위 – 힐다 둘리틀
  • 김천봉
  • 승인 2019.08.1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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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opper, The Long Leg, 1930, oil on canvas 76.8 x 50.8 cm, Huntington Library and Art Gallery, San Marino, CA, USA.
Edward Hopper, The Long Leg, 1930, oil on canvas 76.8 x 50.8 cm, Huntington Library and Art Gallery, San Marino, CA, USA.

 

         Heat – Hilda Doolittle

         O wind, rend open the heat,
         cut apart the heat,
         rend it to tatters.

        Fruit cannot drop
        through this thick air—
        fruit cannot fall into heat
        that presses up and blunts
        the points of pears
        and rounds the grapes.

        Cut the heat—
        plough through it,
        turning it on either side
        of your path.


        더위 – 힐다 둘리틀

        오 바람아,
        더위를 열어젖혀라,
        열기를 잘라버려라―
        놈을 찢어발겨버려라.

        과일도 떨어지지 못한다
        이 두꺼운 공기로는.
        과일도 추락하지 못한다
        배의 가시들을
        밀어 올려 무디게 하고
        포도를 포동포동 살찌우는 열기 속으로는.

        더위를 잘라라―
        쟁기로 갈아서,
        너의 길
        양쪽으로 엎어버려라.


힐다 둘리틀
(Hilda Doolittle, 1886.9.10.–1961.9.27.)

 

힐다 둘리틀(일명 H. D.)은 미국 출신의 시인, 번역가, 소설가 및 극작가로, 1911년 이후부터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였다. 둘리틀은 한 번 결혼했는데, 1913년에 결혼했다가 1938년에 이혼한 리처드 올딩턴이 그녀의 남편이었고, 결혼 전에 오랫동안 교제한 미국 시인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잠시였으나 약혼까지 했던 에즈라 파운드, 남편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에 만나 아이까지 낳았다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곡가 세실 그레이 같은 이성들뿐 아니라, 영국의 여성 소설가 애니 브라이어를 비롯하여 여러 동성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은 양성애자였다.

둘리틀은 1930년대에 프로이드의 벗이자 환자였는데, 그의 치료를 받은 것은 자신의 양성애적인 성향을 올바로 이해하여 글로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방편이었다. 둘리틀은 자신의 성적취향에 대하여 딱히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으며, 1970~1980년대에 그녀의 시, 희곡, 편지와 수필 등이 재발견되면서, 게이와 여권 운동가들의 우상이 되었다. 힐다 둘리틀은 4권의 이미지스트 선집들에 실린 작품들을 비롯하여, 『바다정원』(1916), 『결혼축가』(1921), 『담은 무너지지 않는다』(1944), 『3부작』(1946) 등의 시집과, 『프로이드 예찬』(1956), 『나에게 살라 하라』(1960), 그리고 사후에 출간된 『고통의 끝』(1979) 같은 자서전적 산문들을 남겼다.

*출처: 김천봉 옮김·엮음, 《60시인 60시: 블레이크부터 스나이더까지》, 글과글사이, 2018(전자책).

/김천봉(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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