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은 타협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진정한 삶은 타협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 이윤도
  • 승인 2019.08.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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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비록 구름의 시간’

박수빈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비록 구름의 시간’(천년의시작/112쪽/1만원)이 시작시인선 0298번으로 출간됐다. 박 시인은 전남 광주 출생으로 2004년 시집 ‘달콤한 독’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열린시학’ 평론 부문에 당선돼 비평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시집 ‘청동울음’, 평론집 ‘스프링시학’ ‘다양성의 시’, 연구서 ‘반복과 변주의 시세계’가 있다.

이번 시집 ‘비록 구름의 시간’은 자기를 타자화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첫 시집 ‘달콤한 독’의 경우 가족이나 생활과 같은 기성 제도로부터의 탈미를 도모하는 시편들이 주를 이뤘고, 두 번째 시집 ‘청동 울음’은 제유의 방식으로 자기 확인 과정에 들어갔다면, 이번 시집은 실존이라는 문제에 의미를 부여하는 특이점을 보여준다.

해설을 쓴 윤의섭 시인은 “자기에게로 파고들어 간다는 것이 ‘확인, 긍정과 부정의 수긍, 인정, 다짐, 유지나 변화로 이어지는 끌어안기와 나르시시즘의 행로’라고 볼 때, 박수빈 시인은 이 모든 과정을 거부하고 ‘자기 세계’를 만드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의 결핍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세계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시의 기조가 되며, 궁극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시간’을 창조해 낸다. 박 시인의 시는 진정한 사람이란 결국 ‘자신’으로 태어나 ‘자신이라는 옷’을 하나하나 벗어던질 때에야 드러난다는 걸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구름의 시간

빵 냄새가 나요 아니 꽃이 뭉개지고 있어요 아니 삐죽한 암술이 고양이 수염을 닮았네요. 양옹 소리 들리지 않아 얌전한 부뚜막인 줄 알았죠 어디서 칼과 도마가 나타났을까요 머리와 꼬리가 잘려 나가고 번지는 핏빛 개와 늑대의 시간 불그스름한 치마 속 가랑이가 부풀어요 목소리도 바뀌어 쇠고기 사주세요 자주 바뀌는 낯, 낮이 환해 밤은 득시글하죠 안심스테이크 안심되나요 와인과 달빛을 오려서 붙여 넣으면 쥐도 새도 모르나요 그림자들이 마스크를 쓴 짐승처럼 엎드려요 이 풍경에서 나만 사라지면 될까요 너무 멀지 않고 너무 가깝지 않은 거리는 얼마쯤인지 하늘은 다 지켜보고 있지요 말의 화살이 심장을 통과해 알 수 없는 곳으로 뒹굴어요 믹서기에 몸이 끼는 거 같아요 후두두위이이 빗발치는데 칫솔질을 하고 나는 입을 다물어요 다물어요 입을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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