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진한 언어로 빚은 젊은 날의 ‘분노와 욕망’의 내밀한 고백들
곡진한 언어로 빚은 젊은 날의 ‘분노와 욕망’의 내밀한 고백들
  • 이윤도
  • 승인 2019.08.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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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두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지상에 남은 술잔’

독초가 됐든 약초가 됐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백 가지 풀을 모아 술을 담그면 천하의 명약이 된다한다. 익두의 이번 시편들을 읽다 보니, 그가 빚은 백초주 한 잔을 제대로 대접받아 얻어 마신 느낌이다. 젊은 날의 분노·피울음·좌절·욕망·환희·방황 등이 모두 한데 버무려져, 곰삭은 시김새의 절창을 시방 내가 듣고 있는 것이다.(중략)” -이병천(소설가)-

현재 전북대학교 인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익두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지상에 남은 술잔’(천년의시작/164쪽/1만원)이 시작시인선 0297번으로 출간됐다. 김 시인은 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햇볕 쬐러 나오다’ ‘서릿길’ ‘숲에서 사람을 보다’ ‘녹양방초’가 있다.

이번 시집 ‘지상에 남은 술잔’은 젊은 날의 분노·피울음·좌절·욕망·환희·방황 등의 정서가 내밀한 고백 형식으로 표현돼 있다. 시인의 시는 일상적 소재를 특유의 생동감 있는 언어로 풀어냄으로써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친밀감이 든다.

 

시인은 초연하고 차분한 어조로 시를 이끌어가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희노애락과 삶에 대한 경건한 성찰이 깃들어 있다.

표4를 쓴 윤효 시인은 “김익두의 시는 존재의 그늘에 어른대는 서늘한 결핍의 무늬들을 충일감으로 바꿔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홍관 시인은 “인생의 허무와 외로움과 죽음까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가는 느낌을 자아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호병탁 시인은 “작품 속의 인물들이 처한 정황을 최대한 생생하게 묘사하려고 앴다”며 “직정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를 동원하는 시인의 시 창작법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평했다.

시인은 시에서 사용하는 구체적 지명 혹은 인물의 이름은 시의 몰입도를 높이며, 토속어와 방언, 시늉말 등을 적정할게 활용해 시의 리듬감을 형성해 정서의 폭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지상에 남은 술잔
-첫눈

첫눈이 올 거라 전화를 했드니,
그대는 일이 있어 먼저
제주로 간다고.

혼자, 빈 연구소 문을 나올 때
첫눈이 내렸다.

공중전화로 가 “첫눈이 온다!” 하니,
쓸데없는 소리 허지 말구
지갑이나 잘
챙기라 한다.

하염없이 나리는 눈발 어쩌지 못해,
따개 성님 함께 아점 막걸리.

저 덧없는 함박눈 눈발로 허여,
밥은 한 술도 뜨질 못허구
연해연신 들리우는
지상에 남은
술잔,

저승 바닥을 마지막 ‘쨍그렁’울리기 전,
내가 다 비우고
떠나야 할,

지상에 아직 남은
이 쓸쓸헌
사랑들.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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