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쓸쓸한 존재를 위로해 주는 차향같은 시
외롭고 쓸쓸한 존재를 위로해 주는 차향같은 시
  • 이윤도
  • 승인 2019.08.04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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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례 첫 시집 ‘침묵이 풍경이 되는 시간’

2016년 사단법인 부산여성 문학인협회 ‘여기’신인상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순례 시인의 첫 시집 ‘침묵이 풍경이 되는 시간’(천년의 시작/104쪽/1만원)이 천년의시 0098번으로 지난달 중순 나왔다.

시집 ‘침묵이 풍경이 되는 시간’은 타인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곧 시의 풍경으로 굴절돼 나타나는 깊이 있는 서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시인이 느끼는 연민의 감정은 나와 대상 사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시인은 타자에 대한 연민이 곧 나에 대한 연민으로 회귀하는 시간을 오랜 침묵 끝에 오는 시적 이미를 통해 보여준다.

문종필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연민이란 유사성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발동되지 않는 것이며, 유사성이 끊기면 이 감정은 뒤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지는 어떤 것이다”고 시집에 대해 설명했다.

시집에서 시인에게 연민의 대상은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들로부터 생사를 함께하는 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시인은 선대와 후대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변모 혹은 해체된 가족 공동체의 현재를 그리움과 쓸쓸함의 정서로 노래했다. 또 잊히거나 잃어버린 가족 간의 유대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망을 시적 상상력을 통해 드러냈다.

시인은 이 유대감 형성을 위해 주로 시적 상상력을 동원하는데, 좀 더 직관적인 방법으로 차향을 선택했다. 표4를 쓴 구광렬 시인은 “박순례의 시에는 차향이 배어있고, 그 차향엔 또 고독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구 시인의 말처럼 시에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차로 다스리며 언제나 곡진한 마음으로 차를 따르는 시인의 마음은 늘 연민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시편들에서 풍겨오는 외로운 차향은 어쩌면 오랜 침묵과 견딤이 우려낸 시의 향기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쫄바지와 누비저고리

먹을 것을 찾아요
군고구마 먹던 것이 소쿠리에 남아있어요
고구마 커피 참 잘 어울려요
쫄바지와 누비저고리를 입은 맛이라고나 할까요
누비저고리의 포근함과 쫄바지의 팽팽함이
하루를 풀었다 당겼다 해요

커피 한 모금과 고구마 한 입
하얗게 지워진 추억까지 모두 불러놓고 혼자 수다를 떨어요
침묵이 풍경이 되는 시간
멀미가 나려 해요 커피 향이 점점 흐려지고
하루도 꼬리를 감추네요.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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