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과 '그리움'으로 풀어낸 아름다운 세계
'고요함'과 '그리움'으로 풀어낸 아름다운 세계
  • 이윤도
  • 승인 2019.07.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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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시인, 네 번째 시집 '물의 식도' 출간

이승주 시인의 시집 ‘물의 식도’가 천년의시작 출판사의 시작시인선으로 지난 5일 출간됐다. 시인은 1961년 대구 출생으로,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위대한 표본책’ ‘내가 세우는 나라’ ‘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 시 창작 이론서 ‘현대시창작백과’가 있다.

시집 ‘물의 식도’는 이승주 시인의 네 번째 시집으로 시인이 존재의 물리적 유한성에 천착하여 인간 실존의 불가피한 형식을 ‘고요함’과 ‘그리움’의 정서로 풀어낸 시집이다.

이승주 시의 특성은 모든 사물이 일정한 시공간 속에 존재하다가 그 물리적 유한성으로 말미암아 사라지거나 소멸하는 것을 증언하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자연 상관물을 통해 유한적 존재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도 찰나에서 영원을, 삶의 덧없음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를 찾으려 한다.

시인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음으로써 결핍과 부재의 자리를 아름다운 시어들로 가득 채운다.

물의 식도


잠시 물의 표정을 살피며
젊은 대원들이 뜨거운 커피를 휘휘 젓는다
저마다 목구멍 속으로 남은 커피를 넘기고
주름진 물의 목구멍 안으로 내시경을 넣는다

어룽어룽, 가파른 물의 식도

자궁에서 묘지로 이어지는
휘감도는 물의 계단이 확연하다
대원들이 미처 손쓸 틈 없이 물의 계단은 무너지고
무너진 위에 계속해서 무너지는 물의 계단

물이 위대한 건
무너지는 물의 계단을 쉼 없이 다시 세우는 까닭임을
아침 일찍 물의 부름을 받은 사람 알지 못하지만
물이 두려운 건
누구라도 무너지는 물의 계단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할 수 없기 때문임을
한번 물의 계단 아래 물로 돌아간 사람
잠깐이라도 다시 불러올 수 없기 때문임을
대원들은 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종일토록
무너지는 물의 계단을 끝없이 세우는 서늘한 물의 작업

어둑해진 얼굴로 대원들이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간 뒤
둑 위의 키 큰 미루나무
가지 꼭대기에 수군수군 말들이 넘쳤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미적 충일도와 긴장감이 밀도 높게 구현되어 있는 결과”이자 “시인이 지향하는 고요하고 깊고 성스러운 것들의 충실한 거처”라고 평했다.

출판사 측은 시인의 ‘원체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인 자신의 가족사나 유년 시절의 원체험이 깊은 침잠과 고요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이번 시집의 미학적 결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또한 시집에 대해 “고요함과 그리움으로 찾아가는 시인으로서의 이러한 존재론을 완성한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도 고요 속에 더욱 우뚝해진 이승주 시인의 단아하고 맑고 깊은 '눈우물'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 융융하고 가없이 아름다운 세계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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