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유쾌하고 뭉클하게’...고증식 시인 일곱 번째 시집 ‘얼떨결에’
‘따뜻하고 유쾌하고 뭉클하게’...고증식 시인 일곱 번째 시집 ‘얼떨결에’
  • 이윤도
  • 승인 2019.07.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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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식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인 ‘얼떨결에’가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열한 번째 시인선으로 최근 출간됐다.

고 시인은 시집 ‘얼떨결에’에서 ‘따뜻하고 유쾌하고 뭉클한’ 감각을 한 데 모아 담아냈다. 출판사 측은 이런 고 시인을 “어떤 시간과 경험 속에서도 평화와 따뜻함을 찾아내는 섬세함”으로 표현했다. 시골 오일장같은 후한 인심이 시집 전반에 살아있다.

 

추천사를 쓴 이정록 시인은 “고증식의 시인의 글은 ‘살갑다. 시가 살 같다. 뼈를 포옥 감싸고 있는 순살 같다’”며 “그의 시에는 일상을 해동시키는 봄이 있다. 생명과 절실함의 동의어임을 깨닫게 된다. ‘따뜻하고 유쾌하고 뭉클하게’를 다시 한 번 살고 싶어진다”며 공감을 드러냈다.

고 시인의 시편들은 ‘징글맞게 웃픈 인생사’에도 주목한다. 우리가 사소하게 놓칠 뻔한 이웃들의 이야기에 삶의 진실 가까이에 귀를 갖다 댄다.

윗집 사시던 명이 양반 오늘 새벽 농약 한 병 자셨다 팔순이 다 되도록 담배는커녕 술 한잔 입에 대지 않던 교과서 같던 양반 십여 년 전 마나님 먼저 보내고도 윤기나게 살림 챙기며 어제까지도 공사장 잡부로 팔팔하던 그 양반 무슨 말 아직 남았을까 머리맡 입술 달싹이고 선 저 그라목손 빈 병 하나 근자에 만나는 새 마나님짜리 있었다던데 불붙는 봄소식 따라 복사꽃 한 장 피었다던데 같이 늙어가는 아들 딸년 달려들어 죽어라고 막았다는 인연 앞에 보란 듯 세워놓은 저 냉가슴 하나
- 「순정」 전문

시 해설을 쓴 전영규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씽씽(ssingssing)'이라는 퓨전민요 밴드를 찾아보길 권했다. 전 씨는 이 시집을 ‘징글맞게 달콤쌈싸름한 인생사(with 정선아리랑’, ‘마지막 길도 이랬으면(with 상엿소리)’, ‘따뜻하고 유쾌하고 뭉클한 노랫가락 메들리(with 사시랭이소리’의 세 단계로 나누어 소개했다.

고 시인의 시 속에서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 또한 처연하면서도 인간적이다. 평생을 웃음 한줄로 요약할 수 있는 그들의 삶. 그리고 죽음의 공포나 불안보다는 “얼떨결에 꼴까닥‘하고 말았으면 하는 유쾌한 호상에 대해 생각하는 일, 하루하루 성실하게 , 분에 넘치는 욕심 안 부리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어 본 직한 ’그날(죽음)‘을 시인은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 ’뿌린대로‘거두는 그 장엄한 삶의 진리를 고 시인은 이 한 권의 시집 속에 ’평범의 비범‘으로 그려냈다.

고증식 시인은 1959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나 충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44년 ‘한민족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와 ‘환한저녁’ ‘단절’ ‘하루만 더’ 등의 시집과 ‘아직도 처음이다’는 시평집을 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 등을 맡았다. 밀양 밀성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자그락자그락 지내면서 마음으로 가 닿은 이웃들 속에서 마알간 시 한 편 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고 있다.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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