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서석화의 쿠킹호일로 만든 세상]쓸쓸함, 사랑의 수인번호
[시인 서석화의 쿠킹호일로 만든 세상]쓸쓸함, 사랑의 수인번호
  • 서석화
  • 승인 2019.07.20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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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노래를 듣네
오래 전 시간이 귀를 여네
양희은의 목소리가 사방에 벽을 세우네
 
기억은 언제나 감옥 같아
하늘도 풀밭도 수의囚衣로 감기네

사랑, 그 쓸쓸함...

글자를 써놓고 보니
한글 자음 ㅅ이 다섯 개나 들어있네

시옷, 이라고 발음해보네
‘시’를 발음할 때의 스산함이
‘옷’에 가서 갇히네
시옷은 한자로 사람 人과 닮은꼴이네
사람이 갇히네

그곳은 감옥이네

쓸쓸함이란 수인번호가
문패로 걸리네

조용하게 슬프네
다시...

            서석화 詩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전문

*詩 제목은 양희은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인용

©픽사베이

그렇게 온다. 사랑은!

스스로에 대한 반란과 혼란, 내장까지 흔들어 놓는 광기의 시간, 모든 것이 처음이고 끝인 엇박자의 연속.

사랑은 그렇게 온다!

사는 동안 규정되고 고정되었다고 믿어온 자아는 어느새 구멍이 뚫려 그 넓이를 늘려가고, 어쩌지 못하는 쓸쓸함이 광폭하게 자리를 메우는 것.

사랑은... 그래서 사랑이다.

쓸쓸해서 풍요롭고, 쓸쓸해서 혼자가 아니게 하는, 이 말도 안 되는 모순의 세계... 고열과 저체온증이 한꺼번에 정신을 휘도는 그런 세계를... 나도, 당신도, 분명히 살아봤다.

외롭고 적막한 지구에서 나를 휘감은 한 사람, 가진 기억을 다 소환해 더듬어 봐도 모든 존재의 지위를 뛰어넘는 한 사람, 그를 향해 ‘쓸쓸함’이란 수인번호를 스스로 붙이고 기꺼이 걸어 들어간 감옥.

사랑... 당신과 나의 우주가 태어나던 그때, 거기...

남은 날은 그래서, 살아질 것이다!

/시인

시인 서석화는 대구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2년 시 전문 계간지 [현대시사상] 신인상에 <수평선의 울음> 외 8편이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 지금까지 시와 산문을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사랑을 위한 아침> <종이 슬리퍼>, 산문집 <죄가 아닌 사랑>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 <당신이 있던 시간>, 소설 <하늘 우체국(전 2권)>이 있으며, 공저로 <첫사랑, 그 마음으로> <떨림>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반성> 등 다수 작품이 있다.
서 시인은 인간의 태생적 아픔을 우회로가 아닌 직선으로 파고들어, 자아의 내밀한 목소리를 기어코 끌어올리는, 섬세하고도 정직한 문장을 쓰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업체 강의와 함께 백화점에서 시창작 강의를 했으며, 현재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으로 한국가톨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논객닷컴>에 삼 년째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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