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 편지]나무도 자살을 한다-유용주
[소통의 시 편지]나무도 자살을 한다-유용주
  • 박제영
  • 승인 2019.07.08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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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공원의 나무들이 말라 죽었다

자신을 견디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나무도 자살을 한다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나무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걷는사람, 2019)-

유용주 형의 신작 시집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를 읽고 있습니다. 아직 다 꼼꼼히 읽지는 못했지만 가시처럼 목에 걸리는 몇 개의 문장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나무도 자살을 한다」는 시에서 그만 제대로 가시가 걸린 것인데요, 이 시에서 제 목을 콱 찌른 가시가 무엇인지 눈치 채셨는지요?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이란 문장입니다.

시집 속에서 시인은 나무를 일러 "물방울만큼 단단한 뼈"(「나무」)라 합니다. 또한 지구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풀과 나무뿌리가 / 흙을 꽉 움켜쥐고 있기 때문"(「지구가 망하지 않는 이유」)이라고 합니다.

하긴 지구 상에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그 어떤 것이라 감히 당해낼 수 있을까요.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 언제든, / 나무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가시 같은 말.

"산에는 사람이 없어 좋다"(「산에는」는 가시 같은 말.

시인은 왜 가시 같은 문장으로 독자를 찔러대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타고난 성정이 반생태적일 수는 없을 것인데,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싶기도 합니다.

광고 카피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 좋다" 하는데, 시인은 "사람이 없어 좋다"고 하니, 참 거시기한 세상입니다.

/박제영 시인(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시인. 강원도 춘천 출생.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1990년 고대문화상 시부문 수상. 1992년 『시문학』으로 등단. 주요 저서로 시집 『그런 저녁』, 『식구』, 『뜻밖에』, 『푸르른 소멸』, 『소통을 위한 나와 당신의』, 산문집 『대화』, 『소통의 월요시편지』, 번역서 『기업과 개인의 혁명적 생존전략 23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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