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을 통해 들여다 본 사물에 대한 성찰 ‘비는 사람의 몸속에도 내려’
물방울을 통해 들여다 본 사물에 대한 성찰 ‘비는 사람의 몸속에도 내려’
  • 이윤도
  • 승인 2019.07.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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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 시인 여덟번째 시집 출간

마치 명화(名畵) 같은……
물방울에 비친 풍경이 담긴 사진을 보다가
문득 엉뚱하게 물방울에 내 얼굴을 비춰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마당의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 앞에 선다
그러나 빛의 굴절 때문인지 초점이 맞지 않아서인지
물방울에는 좀처럼 얼굴이 비치질 않는다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가거나 뒤로 물러서 보기도 하지만
물방울에는, 여전히 얼굴이 비치질 않는다
갑자기 내가 허영청 같다
그림자로 지은 집, 허구 같다
- 물방울 사진 – 적(滴) 31 본문 중에서-

 

도서출판 걷는사람이 아홉 번째 시인선으로 김신용 시인의 ‘비는 사람의 몸속에도 내려(걷는사람 시인선 9, 138쪽, 9천원)’을 선보였다.

김신용 시인은 1945년 부산에서 태어나 1988년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 1집에 양동시편-뼉다귀집 등 7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버려진 사람들, 개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환상통 등의 시집을 통해 시인만의 시선으로 세상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

여덟 번째 시집 ‘비는 사람의 몸 속에도 내려’ 역시 시인 특유의 사물을 인식하는 감각과 성찰이 고스란히 담긴 ‘적’에 관한 연작시 42편에 녹아 있다.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존재의 목 뒷덜미를 향해 떨어지는 물방울의 감각으로,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표면장력의 긴장으로 경험적 세계의 저 기만적 사실들을 증거하며 우리가 우리의 심연을 어떻게 탐색하고 확장해 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물방울 적 대한 시인의 감각을 한 편 한 편 누적하며 적을 확장시킨다’고 평하며, 자유자재로 변하는 물방울에 관한 이미지들에 주목한다. 각 시편의 개체성이 물방울의 장력처럼 연속된 다른 시편의 결정을 이끌어 오는 영속성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시인이 말하는 적(滴)은 물방울이다. 물방울은 언제나 떨어질 것에 대해 대비한다. 그래서 물방울은 빛이 난다. 떨어진다는 것은 곧 날개라는 것이다. 추락과 날개, 이것이 물방울의 생이다. 이번 적의 연작은 떨어짐이 빚어내는 무수한 이미지의 변주들로 이루어져 있다. 떨어짐이 날개인 물방울들은 추락이 곧 비상(飛上)이다.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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