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불안과 미혹을 아파하고 연민한 한 시인의 순정, ‘내 사랑 도미니카’
삶의 불안과 미혹을 아파하고 연민한 한 시인의 순정, ‘내 사랑 도미니카’
  • 이윤도
  • 승인 2019.07.05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날 새벽, 파랑의 행간에 얼비친 블루홀
닿을 수 있을까
보석보다 짙푸른 카리브해의 눈동자
그 가늠할 수 없는 심연의 꼭짓점까지
자맥질할 수 있을까

거기서 한 마리의 말이 된다면
말이 되어 해풍에 비늘 찢긴
뭇 해마海馬들 더불어
고요한 묵도의 깊이에 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또한
도미니카 니카 니카, 노래를 부르며
말들의 공화국, 그 신비의 블루홀에
붓 한 자루 너울거릴 수 있다면

-내 사랑 도미니카(블루홀) 본문 중에서-

 

이 시를 읽고 나면 삶은 불안의 연속이라는 말을 다시금 확신하게 된다. 그럼에도 연민할 수밖에 없는 가여운 우리 삶의 기나긴 여정을 시로 노래하는 듯하다. 그래서 처음 그의 시편을 접한 이들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예순이 넘는 나이임에도 열아홉 순정을 품고 있는 장문석 시인의 시집 ‘내 사랑 도미니카’가 시작시인선 0294번(천년의 시작)으로 출간되며 세상에 나왔다. 시인의 입장에 서서 시를 두가지 꼭지로 나누어 보자면 ‘인간의 정체성’과 ‘예술의 정체성’사이를 탐색하고 있다. 두 갈래의 길이 공존하거나 불화하면서 동시에 가능과 불가능이 얽히고설킨 낯선 시다.

이번 시집에서 시의 대상이 되는 비가시적 실체는 감각의 전이와 결합으로 생성된 공감각을 통해 더욱 다채로운 의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가령 장문석 시집의 주된 감각인 소리와 향기가 파동과 흐름의 상징이란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고, 꽃과 물, 달을 형상화하는 원형적 상상력은 시간에 대한 사유로 확장되며 의미의 파동은 더욱 중폭된다. 이같은 감각의 전이와 유추를 통해 우리는 낯설지만, 시인이 만든 새로운 감각 세계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시집의 표4를 쓴 정한용 시인은 “삶의 불안과 미혹을 따뜻하게 감싸기 위해 애쓰고 아파하고, 또 연민한다. 세상에 대한 한 시인의 순정으로 읽으면 더욱 쉽게 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며 “예순에 접어든 시인이 오랜 기간 가꾸어 온 시간을 사유하고 탐닉하면서 삶과 예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존재의 꽃을 피워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안과 혼란 속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파편을 시인은 열심히 간추려 ‘완벽한 중심’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너의 향내와 나의 향내”(허브비빔밥)가 섞이는 시간, 그리고 “같은 진흙탕에 주춧돌을 박고 사는”(가시연꽃)공간을 그린다. 당연히 이를 위한 통합의 수단은 언어다. 미지의 당신, 언어를 향한 “나의 기도는 이미 치명적인 중독”(내 사랑 도미니카2)이라 했다. 답이 있지만, 결국 그 답에 이룰 수 없는 “영원한 갈증”(내 사랑 도미니카3)”에 괴로워한다.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