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게 너무 많아서…” 안상학 시인 '안동소주' 복간
“그리운 게 너무 많아서…” 안상학 시인 '안동소주' 복간
  • 이윤도
  • 승인 2019.07.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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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게 너무 많아서 안상학은 시를 쓴다. (안도현 시인 추천사)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복간본 시리즈 다;시를 통해 안상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안동소주(걷는사람 펴냄 / 130쪽 / 1만 2000원)’가 복간됐다. ‘안동소주’는 1999년 출간된 시집으로 『그대 무사한가』에 이어 안상학 시인이 8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이다.

애써 꾸민 흔적은 없지만 무게와 깊은 울림을 주는 시편들을 꾸준히 써온 안상학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안동소주는 오래 묵힐수록 깊은 맛이 난다. 좋은 시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시편들은 아직 날것 그대로다. 버리지 못하고 다시 묶는 뜻은 지금 쓰는 내 시들이 지나온 경로이기 때문이다. ‘안동소주’는 오랫동안 내 이름자 앞에 별호처럼 따라다녔다. 절판된 지 꽤 되었지만 요즘도 가끔 듣는다. 반갑다”라며 절판된 두 번째 시집을 재출간하게 된 반가움을 내비쳤다.

 

갓 돌 지난 너를 부천 이모에게 보내고
배웅도 못한 아비는 마음이 쓰인다
어미는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다 밤이면
돌아누워 어깨 눈물을 흘린다
늙은 네 외할미 마른 젖가슴을 마다 않고
잘 논다는 소식에 못내 대견해 하지만
벌써 아비는 마음이 부대낀다
돌이 한참 지나서도 걷지 않는 이유를
발에 맞는 새 신발을 사 신기고서야 안
아비의 불민함을 용서해라 은서야
네가 없는 빈자리를 사이에 두고
에미 애비는 괜히 토닥토닥 다투는구나
돌아눕는 네 에미 등짝에 달 떠올리며
애비는 밤짐승처럼 속으로 울었다. 은서야
(중략)
은서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편질 쓰는 아비
딱도 하지, 그럼 안녕, 글쎄다, 이 말을 알까 몰라
-「딸에게」 전문 -

딸에게 보내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이 시는 그리움으로 점철된다. 신경림 시인은 발문에서 “이 시를 매우 감동적으로 읽었다. 딸을 생각하는 시인의 간절하고 애타는 마음이 내 감정을 압도했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시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며 꾸밈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안상학 시인의 시편들에 주목했다.

생전 안상학 시인과 교분이 두터웠던 권정생 선생은 “사람은 고독할 때만이 자신과 이웃에 대해 진실할 수 있다. 안상학 시에는 유난히 외로움이 가슴 아프도록 깔려 있다. 고독을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시를 쓰는 또 하나의 이유”라며 ‘안동소주’ 전반에 느껴지는 고독함에 주목했다.

시집은 △1부-석포리에서 한 사나흘 △2부-모랫골 이야기 △3부-자작나무와 술 한잔 △4부-선어대 나루에서 봄을 기다리며로 구성됐다.

안상학 시인은 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7年 11月의 新川」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그대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아배 생각』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안상학 시선』, 동시집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 평전 『권종대-통일걷이를 꿈꾼 농투성이』, 서화집 『시의 꽃말을 읽다』를 펴냈다. 고산문학대상, 권정생문학상. 동시마중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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