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아침의 인상 - 오스카 와일드
[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아침의 인상 - 오스카 와일드
  • 김천봉
  • 승인 2019.06.17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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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Whistler, Nocturne: Blue and Gold-Old Battersea Bridge, 1872-77.

         Impression Du Matin – Oscar Wilde

         THE Thames nocturne of blue and gold
            Changed to a Harmony in grey:
            A barge with ochre-coloured hay
         Dropt from the wharf: and chill and cold

         The yellow fog came creeping down
            The bridges, till the houses' walls
            Seemed changed to shadows, and S. Paul's
         Loomed like a bubble o'er the town.

         Then suddenly arose the clang
            Of waking life; the streets were stirred
            With country waggons: and a bird
         Flew to the glistening roofs and sang.

        But one pale woman all alone,
           The daylight kissing her wan hair,
           Loitered beneath the gas lamps' flare,
        With lips of flame and heart of stone.


          아침의 인상 - 오스카 와일드 

          파란색 금색의 템스 야상곡이
             잿빛 화성으로 바뀌었다.
             황토색 건초를 실은 바지선 한 척이
         부두를 떴다. 이내 으스스 차가운

         노란 안개가 다리를 기어
            내려가, 집들의 담이 그림자로
            바뀐 듯했고, 성 바오로대성당이
        도시 위로 거품처럼 아련히 떠올랐다.

        그때 갑자기 땡그랑 삶이 깨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들이 시골
          짐마차들로 꿈틀대고, 새 한 마리가
       반짝이는 지붕으로 날아가 노래했다.

       한데 한 창백한 여인만이 홀로,
         낮 빛이 회색 머리칼에 입을 맞추는데도,
         난한 가스등불 밑에서 서성거렸다,
       불꽃같은 입술 돌 같은 가슴으로.

James Whistler, Harmony in Grey and Green, Miss Cicely Alexander, 1872-74.

* 역주) 이 시의 제목 ‘인상’은 빛과 색채의 순간적인 효과를 통해 세계에 대한 시각적인 ‘인상’을 화폭에 담아내려했던 19세기 후반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들을 환기시킨다. 시의 첫 두 행은 특히 미국태생의 화가 제임스 휘슬러(James Whistler, 1834-1903)가 1870년대에 그린 ‘야상곡들’(Nocturnes) 중에서 《파란색과 금색의 야상곡: 낡은 배터시 다리》(Nocturne in Blue and Gold: Old Battersea Bridge)와, 그 전의 초기작 《회색과 녹색의 화성》(Harmony in Gray and Green: Miss Cicely Alexander)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데, 와일드는 여러 시에서 이렇게 휘슬러의 그림 제목이나 화풍을 연상케 하는 시어들을 즐겨 사용하였다. 두 사람은 절친한 사이였으나, 휘슬러가 그런 와일드한테 자신의 생각과 착상들을 도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부터 경쟁관계로 바뀌었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0.16.-1900.11.30.)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오스카 와일드―그의 아버지는 눈과 귀 수술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외과의였고 어머니는 아일랜드독립과 영국배척을 부르짖은 민족주의 시인이었다. 틈틈이 시를 발표한 더블린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한 와일드는 스윈번 못지않은 유미주의자로서 장발을 흩날리며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와이셔츠의 위쪽 단추를 풀어 젖혀 단추 구멍에 녹색 카네이션 한 송이를 꽂거나 백합 아니면 장미 한 송이를 손에 들고 돌아다녔다.

한데, 그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알프레드 더글러스라는 옥스퍼드대학생의 손에 이끌려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향락의 세계, 남색의 세계로 급속히 빠져든 오스카 와일드―그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였다! 그들의 울부짖음도 소용없었던지, 와일드는 돈벌이로 풍속희극들을 써서 더글러스 패거리들에게 펑펑 썼다고 한다.

와일드의 희곡들은 침체되었던 당시 영국 연극계에 새바람을 일으켰고 그에게 많은 돈도 안겨주었지만, 더글러스의 아버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재판에서 오히려 자신이 외설죄로 몰려 2년의 옥살이까지 하였다. 완전 파산한 상태로 출감한 와일드는 파리에서 쓸쓸한 말년을 보내다가 20세기를 한 달 앞두고 급성뇌막염으로 갑자기 사망하였다.

*출처 1. 김천봉 옮김·엮음, 《아침의 인상: 오스카 와일드 시선》, 2017(전자책).
        2. 김천봉 옮김·엮음,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19세기 영국시인선 2》, 글과글사이, 2018(전자책).

/김천봉(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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