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처음으로 그이가 입 맞추었을 때는 – E. B. 브라우닝
[월요일에 만나는 영미 시] 처음으로 그이가 입 맞추었을 때는 – E. B. 브라우닝
  • 김천봉
  • 승인 2019.06.10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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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Chagall, Green Lovers, 1915, gouache, oil on paper 48 x 45.5cm, Private Collection.
Marc Chagall, Green Lovers, 1915, gouache, oil on paper 48 x 45.5cm, Private Collection.


          First Time He Kissed Me – E. B. Browning

          First time he kissed me, he but only kissed
          The fingers of this hand wherewith I write,
          And ever since it grew more clean and white,
          Slow to world-greetings, quick with its “Oh, list,”
          When the angels speak. A ring of amethyst
          I could not wear here plainer to my sight,
          Than that first kiss. The second passed in height
          The first, and sought the forehead, and half missed,
          Half falling on the hair. O beyond meed!
          That was the chrism of love, which love’s own crown,
          With sanctifying sweetness, did precede.
          The third, upon my lips, was folded down
          In perfect, purple state! since when, indeed,
          I have been proud and said, “My Love, my own.”


          처음으로 그이가 입 맞추었을 때는 – E. B. 브라우닝

          처음으로 그이가 입을 맞췄을 때는 그저
          글 쓰는 이 손의 손가락에 키스했을 뿐인데,
          그 후로 손이 점점 깨끗해지고 하얘지더니
          세상 인사들엔 무뎌지고, “오, 들어봐” 하는
          천사들의 속삭임에 민감해졌죠. 자수정반지를
          여기에 낀다 해도 그 첫 키스만큼은 또렷하게
          안 보일 거예요. 두 번째 키스는 처음보다
          위로 나아가서, 이마를 찾다가 약간 벗어나,
          거의 머리칼에 떨어졌죠. 오 넘치는 보상!
          그건 사랑의 성유였어요. 사랑의 왕관이 친히
          거룩한 향기를 풍기며 미리 지나간 것이었죠.
          세 번째는 내 입술을 푹 완전하게 포개며
          내려앉았죠, 보랏빛 흥분! 진정, 그때부터
          나도 당당하게 말했지요, “내 사랑, 내 사람아.” 


E. B. 브라우닝
(Elizabeth Barrett Browning, 1806.3.6.-1861.6.29.)

잉글랜드 북부 더럼의 재력가에게서 8남 4녀 중 장녀로 태어난 엘리자베스 배릿―배릿가는 자메이카에서 수세기동안 노예를 부리며 설탕농장, 방앗간, 유리공장, 선박무역업 등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갑부집안이었다. 아버지의 주요 수입원도 자메이카에 있었고 그녀의 외가도 상당한 재력가였다.

여섯 살 혹은 여덟 살 때부터 시를 썼다는 엘리자베스―그녀의 대표작 『포르투갈인의 연가』(1850)는 여섯 살 연하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열렬한 구애에 대한 더 열렬한 답변으로, 사랑의 시작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여인의 심경변화과정을 여성 고유의 섬세하고 절절한 필치로 그려낸 낭만적 사랑의 정수다.

아버지의 완강한 결혼반대를 무릅쓰고 브라우닝과 둘만의 비밀 결혼식을 올린 다음에 이탈리아로 도피하는 모험까지 감행한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그녀는 워즈워스의 뒤를 이을 계관시인 후보로 거론될 만큼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여성시인이었다. 그 자리는 알프레드 테니슨에게 돌아갔지만, 1861년 6월 29일 남편의 팔에 안겨 15년간의 행복한 이탈리아 생활을 뒤로하고 저세상으로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아름다웠어요”였다.

*출처 1. 김천봉 옮김·엮음, 《당신이 꼭 나를 사랑해야겠거든: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시선》, 2017(전자책).
        2. 김천봉 옮김·엮음,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19세기 영국시인선 2》, 글과글사이, 2018(전자책).

/김천봉 영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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