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좌절아래 도사린 고독, 그리고 물 흐르듯 편안한 감성"
“욕망의 좌절아래 도사린 고독, 그리고 물 흐르듯 편안한 감성"
  • 이윤도
  • 승인 2019.05.29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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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두식 시인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 시집 출간

한의사이자 교수인 노두식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문학세계사, 124면, 1만원)이 6월 초 출간된다.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고, 스스로 내면의 의식을 드러내기도 하는 시63편을 4부로 담고 있다.

이번 시집은 상처의 흔적들을 치유하는 ‘기억’의 욕망과 시를 통한 자신과의 적극적인 대면, 그리고 담담한 일상에서 예리하게 포착한 청진기 같은 감성 시편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번쯤은 풀꽃 같은 너와

한 살림 살아보고 싶다


둘이서 밥도 해 먹고 산책도 하고

나란히 앉아 티브이도 보고


어르듯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도 싶다

겨울 밤

빨간 내복 안으로 손을 쓱 집어넣어

등을 긁어 주면

잠꼬대처럼 시원하다고 하는 말도 듣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두 번은 못 사는 이 세상이

아쉬워질 거야

한 번 더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한 번은 또 누구와 살지


-‘너와 한 번쯤은’ 전문-

 

노두식 시인의 시는 이렇게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소재로 가장 근원적인 서정의 원리를 보여준다. 시의 대부분은 현실의 모순을 옮게 인식하고 그 극복을 위해 고투하는 사회나 민중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현실의 나와 이상적인 나와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이중적 자아에 대한 결핍과 자아에 대한 통찰도 냉정하다.


거울을 떠나면

얼굴에 묻어 있던 그대도 떠나고

나는 일상으로 되돌아와서

다른 그대에게

거울 밖의 얼굴을 보이고 있다

내가 확인할 수 없는

그때 나의 표정은 늙은 플라타너스처럼

조금은 더 투박하고 고전적일 것이다


-‘플라타너스’ 부분-

 

김윤식 시인은 ‘욕망과 그 아름다운 좌절과 ― 노두식 시인의 시세계 ‘ 해설을 통해 “노두식의 시편들은 때로 자신의 욕망의 좌절과 결핍을 토로하거나, 혹은 흐르는 물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때로는 사변적이 되어 스스로 내면 의식을 표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를 통한 자신과의 대면’ 곧 시 쓰기가 몇 안 되는 삶의 선택 중의 하나이며, 동시에 그것이 자신의 지극한 갈망임을 토로한 노두식의 솔직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풀이했다.

노두식 시인은 인천에서 태어나 제물포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다녔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집으로는 《크레파스로 그린 사랑》(1984), 《바리때의 노래》(1986), 《우리의 빈 가지 위에》(1996》, 《꿈의 잠》(2012), 《마침내 그 노래》(2016), 《분홍문신》(2018) 등이 있다. 그 밖에 《한국의 약용식물》, 《엄마 건강하게 키워주세요), 《한방방제감별조견표》,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노두식 박사의 생활한방114》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현대시인협회 회원이며, 인천 영제한의원 원장으로 일하면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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