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삶속에서도 서정을 끌어안고 초월을 꿈꾼다!
뒤틀린 삶속에서도 서정을 끌어안고 초월을 꿈꾼다!
  • 이윤도
  • 승인 2019.04.24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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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시인 이태수의 열다섯 번째 시집 ‘내가 나에게’ 출간

등단 45년차 중진시인, 이태수 시인의 열다섯 번째 시집 「내가 나에게」(문학세계사, 1만원)이 나왔다.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에 이어 1년 만에 나온 이 시집에는 ’ 옛 우물’, ’물, 또는 내려가기’, ’별, 또는 올라가기’, ‘눈이 내릴 때’, ’어떤 항해’등 67편이 실려 있다.

이태수 시인의 열다섯번째 시집 '내가 나에게'(문학세계사)
이태수 시인의 열다섯번째 시집 '내가 나에게'(문학세계사)

 

이태수 시인은 “한해 가까이 자신을 들여다본 기록에 무게 중심이 주어져 있으며 바깥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경우도 없지 않으나, 궁극적으로는 바깥을 통해서도 자신으로 귀결되는 말 건넴이자 응답들”이라고 말했다. 구문의 형식은 음악에서 따오거나 대칭구조 등 회화(시각)적 효과를 예외 없이 끌어들이려고도 했다.

해설 ‘꿈은 시를 낳고, 시는 초월을 꿈꾼다’를 통해 이구락 시인은 “인간 이태수의 삶이 시인 이태수의 삶으로 바뀌어, 완벽한 전업시인이 되고, 그의 일상은 시가 삶에 선행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며, “등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서정을 끌어안고 초월을 꿈꾸고 있으며, 현실에 부대끼면서도 변하지 않는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풀이했다. ‘물’과 ‘별’로 비유되는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은 이 시집의 뚜렷한 상징체계다.

물을 마신다
아래로 내려가는 물,
나는 물과 더불어 흘러간다
물은 언제나 멈추기를 싫어한다
개울물이 아래로 흘러가고
강물은 몸을 비틀면서 내려간다
폭포는 수직으로 일어서듯
줄기차게 내리꽂힌다
물을 들이켠다
안으로 스며드는 물,
새들이 낮게 날아 내리고
공중부양을 하던 뜬구름 몇 점이
제 무게 탓으로 떨어진다
가늘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빗금으로 뛰어내린다
빗줄기를 바라보는
내가 내린다

―「물, 또는 내려가기」 전문

별들을 바라봅니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면
나는 어둠 속에서 꿈꿉니다
밤하늘의 먼 별들을 끌어당기며
거기까지 올라가 보려 꿈을 꿉니다

(중략)

눈을 감고서야 거기에 다다릅니다
하지만 눈뜨면 떨어질 것 같아
밤 이슥토록 눈을 감은 채
올라가려는 꿈을 꿉니다
별을 끌어안습니다

―「별, 또는 올라가기」 부분

이태수 시인은 또 휴식기 한번 가지지 않고 부단히 시를 쓰고 시집을 출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그의 시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언어적 실험의식이나 난해한 모더니즘으로부터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로 완만한 진화를 유지해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인은 초기의 실존적 방황 또는 낭만적 우울 속에서 비속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날아오르기의 꿈’과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길 찾기’를 거쳐, 80년대 중반부터는 ‘내려가기의 꿈’으로 바꾸어 꾸며, 남루한 현실 어딘가에 순결하고 명징한 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키워왔다. 그리고 근래에 와선 꿈꾸는 자신을 객관화시켜 들여다보며 ‘뒤집어 꾸는 꿈’으로 시세계의 폭과 깊이를 넓혀가고 있다.

뒤틀려 있는 현실과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 늘 흔들리고 닳아간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이 비극적인 삶을 뛰어넘으려는 ‘초극의지’를 낮은 목소리로 꿈꾸듯 읊조리는 자아성찰이 이태수 시의 본질이자 특징이다. 그가 꾸는 꿈은 시를 낳고, 다시 시는 초월을 꿈꾼다. 어떤 빛깔로든 꿈을 꾼다는 사실은 즐거운 일이다. 신화 속의 시시포스처럼 바위 굴러 올리기를 거듭하더라도 그는 내일도 꿈을 꾸고, 시를 쓰게 될 것이다.

/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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