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방랑기]책과 사람을 잇는 공간 ‘우분투북스’
[동네책방 방랑기]책과 사람을 잇는 공간 ‘우분투북스’
  • 이윤도
  • 승인 2019.04.15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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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치는 ‘북 큐레이션’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곳
'큐레이션'이 강한 작은 서점 '우분투북스' 전경(우분투북스 제공)

지구상에 70억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이 중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그런 사람을 찾는다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책과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소장도서는 60만권이 넘는다. 맘먹고 들른 대형서점에서도 내가 찾던 책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2016년 8월 문을 연 대전 유성구의 작은 서점 ‘우분투북스(대표 이용주)’는 대형서점이 결코 갖지못한 ‘큐레이션의 힘’으로 책방 순례자들에겐 성지 같은 곳이 돼 가고 있다. 약 50㎡(15평), 1500여권의 도서가 전부인 우분투북스. 물리적인 서점의 크기나 위치가 반드시 위대함을 만드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건 독자와의 ‘유대감’과 ‘연결’이다.

 

’취향저격‘ 내가 찾던 책을 발견하다!

#1. 청주에서 대전에 왔다가 우연히 책방을 찾아온 한 중년 여성. 자신이 정말 사고 싶었던 프랑스 여류 소설가 아멜리에 노통브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을 집어 들고 계산대에 섰다. “정말 사고 싶었던 책인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형서점에서도 못 찾았는데”. 책이 나온 지 오래돼 큰 서점에선 묻혀 있던 것이었는데, 이 곳에서 ‘보물을 발견했다’며 기뻐했다.

이 여성은 책방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저기 밖에 진열된「아름다운 실수」(코리나 루이켄)요! 혹시 책방 안에도 있나요?" 자신이 프랑스 여행 갔을 때 원서로 보고, 다음에 ‘꼭 사야지’ 했던 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여성은 "밖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소~오름이 쫘~악 돋았어요! 오늘은 행운의 날이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 영미 소설가 제인오스틴을 좋아하는 한 여성 독자가 3개월짜리 정기구독 서비스를 신청했다. 첫 달에 주로 음식, 여행, 인테리어 등 주제로 책을 보내줬다. 그 중에서 제인오스틴이 쓴 책에 나와 있는 재료나 음식들을 바탕으로 실제로 요리책을 만든 책도 함께 넣어주었다. 바로 ‘취향저격’이었다. 바로 1년 연장하고, 지금도 책방지기와 문자로 소통하고 있다.

#3. 또 다른 정기구독자는 “이번에도 좋은 책을 골라 보내주셨네요. 감사해요! 지난 달에 받은 책은 여행을 좋아하는 제게 두 권 모두 너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특히 작년에 홀로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던 저에게 「토스카나의 우아한 식탁」은 1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너무나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번 달에도 보내주신 책, 믿고 잘 읽겠습니다.”라고 책방지기에게 문자를 보냈다.

책방지기 이용주 대표는 블로그에서 책방의 하루를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멋진 독자들과의 만남으로 더 큰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 내가 좋아서 들여 놓은 책을 나보다 더 좋아하고 감동하는 이를 만난다는 것은 책방을 열고 그런 분을 만나보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짜릿한 순간이다. 그렇게 몇 권의 책을 통해 오늘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한 공간에서 공감을 하며 책을 매개로 동질감을 느끼고 소통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책방의 하루는 힘든 순간도, 무료한 순간도 있지만 이처럼 흥분되고 소름돋는 공감의 시간들도 공존한다.”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자연, 건강, 음식, 그리고 공동체

우부투북스는 원래 농촌과 도시를 먹거리로 연결하는 목적으로 자연, 건강, 음식를 테마로 한 책방을 표방하고 있다. 여기에 책방의 사회적 의미를 담고자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아프리카 분투족의 말로 ‘우분투’라는 단어를 공동체 정신을 상호로 만들었다. 그래서, 책방의 로고나 간판이 건강한 먹거리와 자연을 담는다는 의미로 초록색과 갈색이 주조색을 이뤄 마치 책방이 숲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실제로, 책방은 친환경과 유기농 먹거리로 도-농 간을 연결하고 서로 돕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례로, 예산의 씨앗 박물관의 슬로장터를 통해 2차 가공한 건나물이나 장류 등 유통기간이 긴 농산물 위주로 책방에서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또, 유기농 달걀을 비롯해 제철에 나는 블루베리나 콜라비 등도 이웃들에게 주문을 받아 나눠주는 연례행사를 갖는다.

이런 취지에 맞게 책방을 찾는 이들은 주로 40~50대가 많다. 40대가 넘으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긴장된 삶에서 오는 피로감이 쌓여 쉼과 여행을 선호하게 된다. 이들이 주로 여행과 에세이 서적들을 많이 찾는다.

우분투북스의 '테마 서가'

 

우분투북스가 다른 대형서점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베스트셀러’와 경제경영, 인문, 과학 등 분야별 서가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자연, 건강, 음식이라는 컨셉으로 책을 구매하고 선별해서 책장을 만든다. 매달 나름의 주제를 정해 추천하는 ‘테마 서가’ 운영도 책을 찾기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3, 4월의 주제는 ‘그레이트 우먼’이다.

책방을 직접 방문할 수 없다면 북 큐레이션 ‘정기구독‘서비스를 이용해 볼 만하다. 정기구독 신청서에 자신의 주요 관심사나 나이, 취미 등을 작성해 주면, 책방지기가 직접 그에 맞는 책을 골라 매월 3~5권의 책을 배송해 준다. 이를 위해서 이 대표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 소개를 꼼꼼히 읽어보고, 휴일 등을 이용해 대형서점에 가서 책의 실물도 직접 확인한다. 매일 아침 책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빼놓지 않는다.

우분투북스의 '블라인드 데이트북'.

 

원래 책은 괜찮은데, 몰라서 못 빌려가는 책들을 중심으로 도서관에서 운영했던 ‘블라인드 데이트북’ 코너도 운영 중이다. 책을 포장해 책에 관한 책방지기가 직접 쓴 손글씨로 간단한 설명과 책 속 문장을 적어 둘 뿐 무슨 책인지 모른다. 매월 30권정도를 준비하고 있는데, 책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책을 파는 서점은 많지만, 그곳에서 느끼는 경험과 이야기는 무척이나 다르다. 단지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간다면, 인터넷이 더 싸고 대형서점이 더 화려하다. 사람들은 이제 대형서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화’에 신물이 날 정도다. 공간이 주는 물리적인 양이 너무 많아 한계와 피로가 쌓인다. 자기 관심과 취향을 따로 구성된 공간을 찾게 된다.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는 작은 책방의 존재 이유를 최근호에 실린 국회도서관 잡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서점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받고 자신의 삶에서 추구하고 싶은 가치를 공유하며, 유대감과 연결을 통한 마음의 안정을 누리고 싶어한다.”

■책방지기 추천 시집 / ‘죽음의 얼레지’

삶은 계속되어야 해,
그리고 죽은 자는 잊혀야 해.
삶은 계속되어야 해,
착한 사람들이 죽는다 하더라도.
앤, 아침밥을 먹어라.
댄, 네 약을 먹어라.
삶은 계속되어야 해.
정확히 그 이유는 잊었지만.

「비가」중에서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가 추천하는 이달의 시집 '죽음의 엘레지'.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가 추천하는 시집은 빈센트 밀레이의 『죽음의 엘레지』다. 주제는 다소 무거운 삶과 죽음에 관한 성찰을 담았다. ‘20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불리는 빈센트 말레이가 쓴 이 시집을 추천한 이 대표는 “슬픔일이 많고 아픔이 많은 4월이다. 한없이 유한한 존재인 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계속돼야 한다는 시인의 외침이 인상깊었다”며 일독을 권했다.

/대전=이윤도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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