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방랑기]소설가와 시인 부부의 '검은책방 흰책방'
[동네책방 방랑기]소설가와 시인 부부의 '검은책방 흰책방'
  • 윤지원
  • 승인 2019.03.28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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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왼쪽), 벽에는 책방에서 열렸던 행사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책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왼쪽), 벽에는 책방에서 열렸던 행사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책방은 책이 있는 공간(왼쪽)과, 모임이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오른쪽)으로 나누어져 있다.
책방은 책이 있는 공간(왼쪽)과, 모임이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오른쪽)으로 나누어져 있다.
'검은책방 흰책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시와 소설 책이 주를 이룬다.
'검은책방 흰책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시와 소설 책이 주를 이룬다.

20167월 광주 조선대학교 앞에 문을 연 검은책방 흰책방은 처음부터 문학 전문 책방으로 콘셉트를 정해 2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이은경, 김종호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이은경 대표는 시인이고, 남편인 김종호씨는 소설가다.

최근까지 시와 소설이 있는 공간을 분리한 채로 운영하다가 며칠 전 책방의 구조를 바꾸게 됐다. 책방에서 열리는 다양한 모임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한쪽에는 책을, 다른 한쪽에는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검은 건 글씨고, 흰 것은 종이를 의미하죠. 김종호 소설가의 첫 작품집의 제목이 검은 소설이 보내다이기도 하고, 색으로 정한다면 소설은 검고, 시는 흰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서 책방 이름을 이렇게 정하게 됐습니다.”

검은책방 흰책방의 이은경 대표가 자신의 추천책 '김종삼 전집'을 읽고 있다.
검은책방 흰책방의 이은경 대표가 자신의 추천책 '김종삼 전집'을 읽고 있다.

책방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울과 인천에서 살다가 5년 전쯤 광주로 오게 됐어요. 책방을 열기 전, 친구들끼리 일종의 쉐어하우스로 문학의 공간이란 곳을 잠깐 같이 운영해본 적이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과도 문학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래서 지금까지도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책모임을 많이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책방에서 모임을 많이 진행하나 봐요.

"오픈 때부터 시작해서 모임이 꾸준히 있었어요. 책방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한 모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오기도 하고, 원래 활동하던 외부 모임이 책방을 대여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회원들의 의견에서 시작되는 모임이 많은데 지금하고 있는 페미니즘과 문학이라는 모임도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오래된 모임으로는 프로이트 공부로 1, 라캉으로 1년 총 2년 동안 이어졌던 정신분석학 관련 모임이 있었어요. 원체 분야가 전문적이다 보니까 젊은 문학평론가 몇 분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도와줬던 모임이죠."

 

2년 넘게 책방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많은 책방이 그렇겠죠. 재정적으로 힘들어요. 운영과 유지 정도만 가능하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 대형서점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책방 회원들을 대상으로 구매 가격의 10%를 적립해서 제가 만든 나무공예품을 증정하고 있어요. 책방 구조를 바꾼 김에 점심때 브런치를 만들어 판매할까 고민도 하고 있죠."

 

책방 운영의 어려운 점을 설명하던 이은경 대표는 유행이 지났나 봐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문화 공간으로서 역할 하는 책방을 지원해달라는 건의를 구청과 시청에 계속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벽면에 전시되어 있는 책들이 눈에 띄는데요.

"소장본이죠. 절판된 책들을 꽤 가지고 있어요. 오래된 책이 가진 매력이 있잖아요. ‘예전에는 책이 이렇게도 나왔구나.’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죠. 구하기 힘든 책들이라 책방에서 읽어 볼 수 있어요."

 

책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 책방만의 분위기와 특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질적으로 손님이 많지 않더라도 운영자가 자부심을 갖고 오래할 수 있는 방법인 거죠."

 

앞으로의 책방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요?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양한 모임도 진행하고, 보고 싶은 작가가 있으면 초청해서 낭독회도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원 사업을 활발히 유치해야겠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생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싶어요."

 

시에 대한 생각

시를 쓰시기도 하잖아요.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입장에 따라 시가 다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우선 읽는 이에겐 평소에는 의식할 수 없었던 자신 안의 감정을 발견하게 하죠. 일상에선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있잖아요.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을 때 그 감정의 실마리를 얻기도 해요. 마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죠. , ‘쓰는 이는 시를 통해 자신 안의 감정을 달랜다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무당과도 비슷한 점이 있죠."

 

대표님과 정나란 오이리트미스트가 함께 펴낸 둘 작가선시집의 형태가 독특하더라고요.

이은경, 정나란 시인의 공동시집 표지, 표지가 서로 거꾸로 되어 있다. /출처=텀블벅 캡처
이은경, 정나란 시인의 공동시집 표지, 서로 거꾸로 되어 있다. /출처=텀블벅 캡쳐

"이번 시집은 책방의 둘 작가선첫 프로젝트로 만들어졌어요. 정나란 오이리트미스트와 제 시들을 한 책에 실은 공동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나란 작가님은 책방 단골이기도 한데, 다양한 작업들을 해서 그런지 시도 독특했어요. 저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잊고 지내던 문학에 대한 관심을 되찾고, 시를 쓰게 된 거죠."

 

대표님의 시집 제목은 가장 가까이 있는 말로인데, 이렇게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흔하게 보고 말하는 언어들을 살짝만 바꿔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시를 쓰고 싶었어요. ‘가장 가까이 있는 말로, 가까이 있는 말, 감정, 대상들을 통해 일상에선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표현한 거죠."

 

마지막으로 시 한편만 추천해주세요.

"시 한 편만 뽑기 힘든데요. 김수영 시인의 시도 좋지만, 김종삼 시인의 시를 추천할게요. ‘북치는 소년장편(掌篇) 2’는 짧은 길이에 압축해서 보여주는 시들이죠."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 상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김종삼, ‘掌篇 2’ 전문-

 

 

검은책방 흰책방

영업시간 월-금 12:00 ~ 20:00

            토 12:00 ~ 19:00

            일요일 휴무

 

주소 광주광역시 동구 백서로 179 2

전화번호 070-4100-9896

 

/윤지원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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