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랑의 언어'로 다가가는 이서연 시인
<인터뷰>'사랑의 언어'로 다가가는 이서연 시인
  • 진정은
  • 승인 2018.10.2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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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시선으로 사랑 이야기 쓰고 파…감동주는 시인 될 것"

 

◆이서연 시인    


비슷한 무늬를 가진 이를 만나면 그저 반가운 법이다. 내 마음이 왜 이런 모양인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나를 헤아리는 마음이 눈빛에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서연(55) 시인의 시가 퍽 반갑다. 점자책을 읽듯 섬세한 손길로 사랑을 기록하는 시인. 그의 시는 독자 곁에서 따스한 눈빛이 되어준다.


“사랑으로 감동을 주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혹독과 혼돈에 맞서는 봄볕을 만들겠다는 시인의 소망도, 참 반갑다.

 

 “이번 시집으로 보다 편하게 독자와 소통하려 해”

 

올해 시집 <사랑, 그 언어의 무늬>가 나왔어요. 어떤 시집인지.
“저는 시조도 쓰고 자유시도 써왔어요. <사랑, 그 언어의 무늬>는 자유시로 엮은 첫 시집이죠. 이별, 그리움 등 우리가 사랑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5부로 나눠 정리했어요. 오랫동안 품고 있던 시 110여 편을 담았어요.”

 

▲시를 오랫동안 품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틈틈이 시를 써왔지만 아이를 양육하고, 생업을 위한 글을 쓰느라 작품을 한 권으로 묶는 작업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작년에 건강이 악화되어 수술을 받았는데. 건강을 추스르면서 앞으로 어떤 일에 도전해야 할지 생각하게 됐죠. 기존의 것들을 정리하고 털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시집을 내게 됐죠.”

 

▲시를 너무 오래 묵히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아요. 시가 일정 분량이 모이면 묶어서 내보내는 거는 그때마다 해야 해요. 그 시기에 소통하는 사람을 못 만나는 시가 되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업하면서 시를 많이 고치고 새로 썼어요.  책 작업을 하고서 두 달 아팠던 것 같아요.(웃음)"

 

▲작업량 때문인가요?
이건 에피소드인데. 시를 전체적으로 정리하는데 ‘이별’ 부분에 넣을 작품이 모자란 거예요. 그래서 이별에 관한 시를 새로 쓰는데. 우스갯소리지만 첫사랑과 헤어져도 이렇게 아프지 않을 거예요.(웃음)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에 몰입해서 역할을 하면 배역의 감정에 오랫동안 젖어 있잖아요? 배우들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어요. 그만큼 힘들었죠. 그래서 사람들을 더 만나기도 했고요.”

 

사람을 만나게 됐다는 건 어떤 뜻인지.
“젊은 시절에 등단한 후 문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어요. 동인지 활동을 하거나 가끔 시화전에 참여한 게 전부였죠. 당시 문단 활동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개인적인 원고 작업만으로 참 바쁜 세월이었어요. 살다 보니 20년이 훅 가버렸어요.(웃음) 그런데 이제는 편안하게 나 자신도 드러내고, 다가가는 사람이 돼야겠다 생각해요. 혼자 수행하듯 언어로만 독자를 만나는 것뿐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편하고 솔직하게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이번 시집이 작가님께 변화의 기점이기도 하네요.
“맞아요. 더구나 이번 시집에서는 시조에서 쓰지 못한 편안한 언어가 많이 나왔어요. 그동안 제가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 시인이라면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인의 모습을 보인 책이 아닌가 싶어요. 종교적 시조로 승화된 작품을 보여드렸는데, 보다 편하게 독자와 문학적으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독자와의 소통, 거리감 이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셨나 봐요.
“내 언어가 어떤 계층과도 소통이 안 된다면 그건 나만의 언어밖에 안 돼요. 이제는 내가 찾은 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작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독자 반응은 어때요?
“시조를 썼을 때는 70~80대 독자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지금은 50~60대 독자들이 많아졌죠.(웃음) 책이 나온 후 생각보다 더 좋은 반응이었어요. “내 이야기 같다”고 하는 분도 계시고. 시집 내고 확실히 느꼈어요. 누구나 사랑, 아픔, 이별 이런 감정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적당한 언어를 찾아내지 못한 것뿐이라는 걸요. 저는 아픔, 이별도 사랑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거든요. ‘이별도 사랑의 한 부분이다’라는 것에 정점을 두었는데 그 점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죠.”

 

◆이서연 시인    

 

작가님의 이별 시가 궁금한데요.
“<꽃비>라는 시가 있어요. 시 모티브는 어머니예요. 어머니는 투병 생활을 하셨고 제가 간병을 했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했을 만큼 정성이었죠. 그러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어요. 오랫동안 어머니를 놓지 못하고 아파하는 상태가 계속됐죠. 어머니가 2월 말에 돌아가셨고 마음을 추스를 즈음, 봄날에 꽃비가 내리는 거예요. 그 장면이 너무 눈부셨어요. 그제서야 마음속 아픔을 완전히 툭, 내려놓은 거죠. 그때 깨달았어요. ‘무언가에 충분히 마음을 다 했을 때, 떠나보내는 것은 슬픔이 아니구나, 오히려 사랑이구나’라고. 내가 사랑이나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슬픔이 다가왔는데, 그 아픔이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어준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이 시를 아껴요.”

 

길 잃은 하루가
모처럼 눈부시다

 

어쩌랴
떠남도 사랑인 걸

<꽃비>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 상실감, 희망이 느껴져요. 떠남을 이야기하는데 관조적인 화자의 태도 때문인지 담담하게 느껴지고요.
“저 자체가 어떤 주제든 관조하는 시선으로 많이 바라봐요. 상처를 보더라도 내 앞에 떼어놓고 조명하는 식으로 보는 편이죠. 인디언이 아픔을 이겨낼 때 상처를 바깥에서 본다고 하잖아요.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고 그러다 힘들면 잠깐 떼어서 객관적으로 보면 숨 고를 수 있듯, 아픔도 그렇게 하면 괜찮아지죠. 저는 이걸 ‘내려놓기’라고 해요. 사랑이든 아픔이든 그리움이든 내려놓고 관조하면 기존의 무거움을 조금 환기할 수 있어요.”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를 고른다면.
“스쳐 지나는 것들 중에 인연이 아닌 게 없어요. 바람은 스쳐 지나갔는데 떨어지는 이파리는 바람 때문에 흔들리죠. 바람은 무심코 한 일이지만 이파리는 흔들려요. 어찌 됐든 영향을 받는 거죠. 그래서 인연을 가볍게 여길 수 없어요. 작은 스침도 인연이라 받아들이면 누군가가 내게 주는 설렘, 그리움 자체가 모두 소중하죠. 인연의 소중함을 담은 시 <사랑>을 소개하고 싶어요."

 

너는 어찌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인연이었을까

 

새벽 풍경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함초롬 별들 눈빛에 다가가는
수많은 정령들의 잔치가 끝나는 날까지

 

찰나
그 틈에서도
바람에 버무려진 파도 같은
심장을 갖게 하는 그
떨림

 

너는 어찌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인연이었을까

 

<사랑>

 

“감동주는 시인 되고파”

 

▲작가님은 오랫동안 교육자로 활동하셨죠. 문학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요.
"학생들이 문학을 어렵게 생각해요. 그런데 학생들이 문학에 거리감을 가지는 이유가 사회적 분위기도 있지만, 거기에 작가들의 잘못도 없지 않겠다 싶어요. 문학으로 감동을 주었다면 문학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을 테죠. 문학을 어렵게 생각하면 인문학적 소양은 쌓기 힘들죠. 학생들에게 어렵지 않으면서 사랑과 감동이 있는 작품을 주어야 한다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사랑이 없다면 본인도 건조할 뿐 아니라 인생을 쉽게 포기하게 돼요. 사랑과 감동은 사람의 감정에 남아서 꾸준히 에너지를 주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절망감, 허무함 같은 감정을 많이 갖는데 사랑의 감정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사랑과 감동의 경험을 문학에서 찾았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이 시를 쓰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동안은 관념적인, 나만의 언어에 쌓여 있었다면 조금 더 일반 독자가 내 언어를 이해하고 ‘맞아’ ‘내 이야기야’하는 말을 할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감동이니까요. 그렇기 위해서는 작가 자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삶이라 평가받을 만큼 활동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지 궁금해요.
“제 작품을 판단했을 때 아직까지 언어가 대중적이지 않다고 느껴요. 대중적 언어로 시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해요.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감동을 전달하고 싶은데 사랑이라는 주제는 워낙 많이 다뤄지잖아요. 사랑을 테마로 하더라도 내가 갖고 있는 감성에서 다른 사람이 쓰지 않는 언어를 찾아내려 노력할 때 색다르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어요. 사랑의 한 껍질을 벗기고 다음 껍질 또 그다음 껍질을 벗겨내 풍부하게 보여주는 그런 작품을 쓰고 싶어요.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독자에게 와닿는 시를 쓰고 싶은 소망이죠."

 

불리고 싶은 이름이 있는지.
“‘감동을 주는 시인’ 이요. 감동을 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내가 희생하지 않고는 줄 수 없는 거라 생각해요. 내 시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희생이 따른다고 해도 할 각오가 되어있어요. 독자에게 “그 작가는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똑같아” “그 사람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작가였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서연 시인    

 

시조, 자유시, 에세이 등 다방면으로 글을 쓰죠. 향후 어떤 작품이 나올 예정인가요?
“지금 시조집을 2권 준비하고 있어요.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쓴 시집 <그대의 꽃>도 준비 중이죠. 둘 다 내년에 발간할 예정이에요. 또 독자들이 자신을 관조하고 성찰할 수 있는 명상록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크던 작던 강의를 더 진행할 예정이에요. 미혼모 시설이나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강의를 하고 싶어요. 그게 내가 문학으로 할 수 있는 봉사라고 생각해요. 어머니 생전에 ‘후회되는 거 있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평범한 삶을 산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머니는 ‘사회적으로 봉사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죠. 그리고 며칠 있다 어머니를 보냈고 제게 ‘봉사’가 화두가 됐어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하고 힘이 되고 싶어요. 시로 원래 하고 싶었던 사랑의 완성은 감동이니까. 그걸 이루고 싶어요."

 

•이서연 시인
1991년 월간 <문학공간>에서 박재삼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후 현재 (사)한국문화예술연대 이사 및 사무국장,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한국시조시인협회, 종로문인협회, 한국시예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태교일기 <사랑하는 나의 작은 우주야>, 시집 <사랑, 그 언어의 무늬>, 에세이집 <바람난 산바라기> 외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다. 현재 평생교육사로 활동한다.

 

/진정은 기자 dailypoe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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